"연금 못 받을까봐"… 어머니 '시신' 방치한 40대 딸 '집행유예'

어머니의 시신을 2년 넘게 집안에 방치하며 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사진은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A씨. /사진=뉴스1

백골이 된 어머니의 시신을 2년5개월 동안 집안에 방치하고 1800여만원 상당의 연금을 수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4일 뉴시스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4단독(판사 이은주)는 이날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사체유기·노인복지법상 방임, 국민연금법·기초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여·48)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을 받을 것도 함께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뇨를 앓고 있던 노모의 건강이 악화돼 병원 치료가 필요함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임했다"며 "사체를 2년5개월 동안 방치하고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부정한 방법으로 연금을 수령해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뒤 (피해자의) 다른 자녀들과 연락이 되지 않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범행을 반성·인정하고 있으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점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A씨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이날 집행유예 처분으로 풀려나게 됐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8월6일부터 2023년 1월11일까지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숨진 어머니 B씨(사망 추정 당시 76세)의 시신을 2년5개월 동안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생전 당뇨병 등 지병을 앓으며 거동이 불편했던 B씨를 병원 치료 없이 방임하고 사망한 B씨의 국민연금 999만8760원과 기초연금 876만4600만원 등 총 1500여만원을 부정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 1월11일 B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넷째 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B씨는 주거지 안방에서 이불에 덮여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이 자리에서는 A씨가 작성한 '지난 2020년 8월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내용의 메모가 나왔다.

서진주 기자 jinju31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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