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업그레이드 후 2000달러 돌파… 美 규제로 하락 가능성도
대규모 인출 우려 있었으나 해소
美 규제 후 다시 가격 급락 가능성도
비트코인에 이어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를 기록 중인 이더리움이 업그레이드 이후 가격이 2000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규제 당국이 이더리움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가격이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14일 가상자산 전문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2009달러(262만5763원)에 거래되며 전날 대비 4.85% 상승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의 시가 총액은 전날보다 4.91% 증가한 2419억882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 일일 거래 대금은 127억3918만달러로 12.88% 늘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이더리움은 스테이킹한 이더리움을 인출할 수 있는 ‘샤펠라(Shappella)’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스테이킹이란 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예치하는 대신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은행의 예·적금과도 비슷하다.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더리움이 업그레이드 후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과거에는 이더리움 인출이 불가능해 코인 약세장에서도 가격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 이후 대규모 이더리움 인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더리움의 활용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오히려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더리움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디파이 전문 분석 업체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이날 디파이 시장에 예치된 총 금액(TVL)은 537억1000만달러로 전날 대비 4.8% 증가했다.
디파이 시장은 대부분 상품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거나 이더리움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더리움 가격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특히 이더리움 관련 최대 디파이 프로젝트 ‘라이도(lido)’는 예치금 127억6000만달러로 전날 대비 10.51% 증가했다.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해 25.91%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번 업그레이드가 이더리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장 우려와 달리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고, 만일 예치된 이더리움 물량이 전부 시장에 풀린다 해도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며 이더리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호재로 작용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스테이킹 된 이더리움의 인출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이더리움에 대한 불확실성 중 하나가 해소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번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의 펀더멘탈(기초 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가상자산 전문 분석업체 쟁글의 장경필 리서치팀장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전통 금융 시장에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부상하며 연관 자산인 이더리움 역시 가격이 올랐다”며 “또한 폴리곤, 아비트럼 등 이더리움 관련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되며 이더리움 사용자 유입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번 샤펠라 업그레이드가 이더리움 가격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향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SEC는 이더리움의 코인 채굴 방식이 미등록 증권에 해당된다고 지적하며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블록체인 기술 개발 업체 오지스의 라경수 이사는 “현재 SEC가 리플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판단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증권성에 대한 기준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이더리움을 포함한 여러 가상자산의 가격 역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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