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리그테이블]④성과 있는 곳에 보상 따른다
지난해 한국 산업계는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였다. 코로나19 여파가 가시지도 않은 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 공급망 악화가 이어졌다. 중국의 봉쇄정책에 산업계 기반이 흔들린다는 우려까지 나오며 악화일로의 상황을 마주했다. 분명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기업들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불확실성에 대비한 총력전 속 변화와 성장도 있었다. 비즈워치는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기업군을 선정, 사업보고서를 통해 △실적 △투자 △부채비율 △연봉 △이사진 △배당 정보를 기반으로 지난해 사업현황과 나아갈 길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 등 5개 기업군의 지난해 연봉 수준을 보면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르는 원칙을 보여줬다.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직원(등기임원 제외) 평균 연봉 ‘1억원 시대’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급여 인상 목소리가 높아진 데다 일부 임원들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영향도 컸다.
성과난 기업서 연봉늘어
지난해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5개 그룹 총수 중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06억2600만원을 받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차에서 급여 40억원과 상여 30억원을, 현대모비스에서 급여 25억원과 상여 11억25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이에 총연봉은 전년비 18억5000만원(35.9%) 늘었다. 정 회장은 기아 등기임원을 맡고 있으나 기아에선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에서 급여 46억2700만원과 상여 48억5100만원 등 총 94억7800만원을 받았다. 전년보다 6억5200만원(7.4%) 증가한 금액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90억100만원을 받았다. 전년비 6억원(7.1%) 늘었다. ㈜한화에서 36억100만원, 한화솔루션 36억원, 한화건설 18억원을 각각 수령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75억원을 받았다. 이는 전년비 37억1000만원 상승한 것으로 2배 가량 늘었다. 그는 ㈜한화에서 30억5800만원, 한화솔루션 31억1400만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3억39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특히 지난해 한화솔루션 호실적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회장이 지난해 한화솔루션에서 받은 보수 31억1400만원은 전년 대비 11억4400만원(58%) 상승한 규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SK로부터 총 35억원을 수령했다. 이는 전년비 5억원 가량 줄어든 수치다. 급여는 전년 대비 5억원 늘었으나, 별도 상여금을 받지 않은 까닭이다. 최 회장이 지난 2021년 받은 보수 40억9000만원엔 급여 30억원에 상여 10억9000만원이 포함됐었다. 또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도 보수를 받지만, 개인별 지급액 상위 5명에 들지 않아 정확한 금액이 공개되진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후인 지난 2017년 2월부터 6년째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
등기임원, 퇴직금이 한몫
전문경영인 가운데선 박성욱 전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지난해 약 179억원을 수령했다. 급여 12억원과 상여 6억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이익 84억2600만원, 퇴직금 76억9600만원 등이 포함됐다.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은 퇴직금 46억7300만원을 포함 총 84억2300만원을 수령했다.
삼성물산 고문 두 명도 눈길을 끌었다. 최치훈 고문과 이영호 고문은 회사를 떠나면서 지난해 보수와 퇴직금으로 각각 70억원대를 챙겼다. 최 고문은 지난해 급여 10억1600만원과 상여 21억8200만원, 퇴직금 45억2400만원 등 총 79억1700만원을 받았다. 이 고문은 지난해 71억400만원을 수령했다. 급여 8억8100만원, 상여 12억8400만원, 기타소득 7600만원, 퇴직소득 48억6300만원 등 이었다.
최 고문과 이 고문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5년 당시 최고문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겸 사내이사로서, 이고문은 최고재무책임자 겸 사내이사로 함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3개 기업에서 총 71억1128만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SK하이닉스에서 44억7500만원, SK스퀘어에서 26억3600만원, SK텔레콤에서 28억원을 각각 받았다.
그간 박 부회장은 그룹 내 정보통신기술 계열 3사를 묶어 만든 ‘ICT 연합’의 수장 역할을 해왔다. SK하이닉스·SK스퀘어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겸임하고, SK텔레콤에선 미등기임원으로 부회장직을 역임했다.
올해 들어선 위기에 직면한 반도체 업계에 본격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SK텔레콤 미등기임원에서 퇴임한데 이어 올해 3월 30일 SK스퀘어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난 바 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급여 24억원과 상여 44억5300만원, 스톡옵션 행사이익 1억6700만원 등 총 70억2000만원을 받았고 장동현 ㈜SK 부회장은 급여 20억원과 상여 40억8200만원 등 총 62억2200원을 수령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SAIT(옛 종합기술원) 회장은 지난해 56억7200만원을 수령하며 삼성전자 전문경영인 중 가장 높은 급여를 받았다. 급여 17억2300만원, 상여 37억3500만원, 기타소득 2억1400만원 등이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급여 12억2900만원과 상여 32억2800만원, 복리후생 1억7900만원 등 총 46억3500만원을 받았다. 상위권 10위에 오르지 않은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부문 사장은 41억원을, 반도체 부문을 맡은 경계현 사장은 29억5300만원을 각각 받았다.
권순황 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퇴직금 35억2700만원을 포함해 총 45억4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고물가에 임금인상 ‘1억 클럽’ 대세
비즈워치가 선정한 5개 그룹의 지주사 및 주요계열사 20곳 중에선 임직원 평균 연봉 1억원을 넘긴 곳이 16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2개 기업은 임직원 평균 연봉이 2억원을 넘기도 했다. 특히 중간지주사 또는 지주사의 경우 임원과 고연차 직원비율이 높은 만큼 평균 연봉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직원 84명(등기임원 제외)의 평균 연봉은 2억14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등기임원 12명을 제외한 직원 72명의 평균 연봉도 1억5700만원에 달했다.
㈜LG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2억100만원으로 공시됐다. 전년비 6600만원(48.8%) 올랐다. 이는 일부 임원들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 미등기임원 19명을 뺀 직원 170명의 평균 연봉은 1억4100만원이며 이는 전년비 300만원(2.1%) 올랐기 때문이다.
㈜LG 미등기임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7억3800만원으로 전년비 5800만원(8.5%) 올랐다. 연간 급여총액이 129억1500만원에서 140억2200만원으로 뛴 탓이다. 미등기임원수는 19명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1억원 클럽에는 △SK이노베이션 1억5300만원 △SK텔레콤 1억4500만원 △삼성전자 1억3500만원 △SK하이닉스 1억3384만원 △삼성SDS 1억3100만원 △삼성물산 1억2500만원 △LG화학 1억2000만원 △㈜SK 1억1800 등이 올랐다.
이중 평균 연봉 상승률이 가장 큰 기업은 가장 큰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전년 9400만원에서 1억5300만원으로 62.7%(5900만원) 상승했다. LG화학(16.5%), SK하이닉스(16.1%)도 상승률이 높았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전년비 각각 1700만원, 900만원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전년비 각각 15.5%, 9.3% 올라 평균 연봉 1억원을 넘겼다.
이처럼 직원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대기업 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100대 비금융업 상장사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을 분석한 결과, 1억원을 넘는 대기업 수는 35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4배 가량 늘었다. 1억원 클럽에 가입한 기업 수는 △2019년 9곳 △ 2020년 12곳 △2021년 23곳 등으로 매년 늘었다. 특히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6%로 둔화했음에도 불구, 1억원 클럽 기업 수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한경연 측은 “고물가 지속으로 임금 상승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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