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리는 명품 플랫폼···'순익'이 투자유치 가른다 [시그널]
중고 명품 시장 성장에 복수 기업 투자 검토
실적 급감 명품 플랫폼은 활로 모색 분주
발란, 몸값 낮춰 투자유치 마무리
머스트잇·트렌비, 경영 효율화 나서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이 소비 심리 급감에 따른 실적 저하로 기업 가치를 낮춰 자금을 투자받는 등 생존 경쟁에 나섰다. 이 가운데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플랫폼에는 복수의 기업이 사업 협력을 위한 투자 러브콜을 보내면서 명품 이커머스 업계 '옥석 가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구구스는 자금 조달을 목표로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2021년 12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아주IB투자가 이기훈 대표 및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지분 61.23%를 1450억 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처음 진행되는 라운드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복 소비가 이어지면서 발란과 트렌비, 머스트잇 등 다양한 중고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단기간 내 외형 성장을 이뤘다. 명품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 발란은 플랫폼 가운데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에 등극할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주요 플랫폼 모두 영업 손실을 기록한 이후 엔데믹 전환에 따라 소비 심리마저 꺾이면서 적자 상태가 이어졌다. 발란은 지난해 374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2021년(186억 원) 비교해 1년 사이 2배 이상으로 손실 규모가 불어났다.
머스트잇도 영업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 손실은 168억 원으로 2021년 100억 원의 손실과 비교해 68%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명품 플랫폼은 마케팅 출혈 경쟁을 멈추고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등 손실 폭을 줄이기 위한 활로를 모색 중이다. 트렌비는 각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경영 효율화에 나서면서 2019년부터 영업 적자를 이어온 끝에 4년 만인 올해 3월 흑자 전환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이달 초 발란은 5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브릿지 펀딩을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시리즈C 투자 유치에 나선 발란은 8000억 원대 기업가치에서 3000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낮춰 자금 확보에 주력해왔다.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리즈D 라운드 투자 유치도 검토 중인 상황이다.
반면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는 중고 명품 업계 최다 판매 실적과 회원을 확보해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기준 매출 403억 원, 영업이익은 64억 원으로 2021년(매출 307억, 영업익 52억)과 비교해 각각 31%, 23% 이상 성장했다.
구구스는 새 상품과 중고를 동시에 취급하는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중고 명품만을 매입·판매하지만 2021년 기준 180만 건 이상의 판매 실적을 쌓았다. 회원 수 역시 중고 명품 시장에서 최다 규모인 30만 명을 넘어섰다.
구구스는 온라인 외에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운영해 판매 채널을 다각화하면서 흑자 경영에 성공했다.
현재 서울과 경기,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과 대구, 부산, 울산, 광주 등 22개에 직영점을 두고 있다. 서울 압구정에 에르메스를 비롯한 하이엔드급 명품을 프라이빗하게 사고팔 수 있는 '구구스 블랙' 매장을 열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중엔 판교점을 비롯해 직영 매장을 확대한다.
거래액 성장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구구스의 올해 1분기 총 거래액(GMV)은 540억 원으로 2022년 1분기 460억 원과 비교해 17% 이상 성장했다.
투자자들은 구구스의 추가 성장 가능성과 사업 시너지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투자를 검토 중이다. 관련 사업 진출을 고심 중인 기업들이 잠재적 원매자로 거론된다.
최근 중고 명품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희소가치가 높은 제품을 구매해 재판매하는 '리셀' 거래도 보편화되는 추세다. 한정판 운동화·의류 등을 리셀하는 플랫폼인 크림(KREAM)은 지난달 알토스벤처스, 삼성증권 등으로부터 506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총 2206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크림은 97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구구스는 마련한 자금을 희소가치가 높은 중고 명품 매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구구스는 시계와 가방 매물이 대부분인 중고 명품 시장에서 의류, 신발, 주얼리 등을 매입해 10만 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번 투자 유치는 사업 시너지 확보 차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의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중고 명품 시장 규모가 활성화되면서 구구스의 기업가치 성장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명품 온라인주문 절반이 발란서…작년 거래액 6800억
- 발란·트렌비·머스트잇 해외배송상품도 일주일 내 '무조건 환불'
- [단독] 벤처 '큰 손' 네이버, 오늘의집·발란 지분 매각 추진
- 허리띠 졸라맨 명품 플랫폼…투자유치·흑자전환 성공
- 10대 여학생 강남 투신과정 '라방' 충격…동반 모의한 男은 도망
- '어른도 못 푼다'…초고난도 '유치원 숙제' 대체 어떻길래?
- 치과의사 이수진 스토커 쓴 '협박 편지'…'출소하면 다 죽인다'
- '밟아도 차가 잘 안 나가'…12살 손녀 태운 할머니 급발진?
- 렌즈 끼고 잠깐 낮잠 잤을 뿐인데…실명한 대학생 왜
- '남편이 사둔 '아파트' 모르고 이혼…재산분할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