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순신 없는 정순신 청문회'…野 "국정감사 때 다시 부를 것"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진상규명을 위해 열린 국회 청문회에 또 한 번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에 증인이 두 번 연속 불출석한 사례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국정감사 때 다시 부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청문회를 강행한 목적은 "정순신 일가 망신 주기"라고 주장하며 불참하고 따로 학교폭력 대응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정 변호사는 14일 국회 교육위에서 열린 '정순신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청문회 불참 당시와 마찬가지로 사유로는 '공황장애'를 들었다. 정 변호사의 배우자와 아들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쇠약'을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했는데, 증빙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민주당 교육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청문회에 증인이 두 차례 연속 불출석한 사례는 국회 역사상 찾아보기 힘들다"며 "또한 가족 모두가 동반 불출석한 것도 아마 최초일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오는 9월 국정감사 때 다시 한 번 이 가족들을 불러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유기홍 교육위원장도 정 변호사 일가의 청문회 불출석 사유는 부당하다고 질타했다. 정 변호사에 대해 그는 "공황장애를 이유로 두 차례나 불출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국회법에 따라서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며 "더군다나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엄중한 직책을 맡겠다고 수락한 본인이 공황장애를 이유로 두 번이나 불출석 한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의 배우자에 대해 그는 "첫 번째 청문회 때 저희 행정실 입법조사관이 배우자 조성희 증인을 만났다"며 "청문회에 출석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출석 요구서를 전달했던 담당자의 전언"이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의 아들에 대해 그는 "자녀인 정윤성 증인이 근무 중인 부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근무와 훈련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또 정윤성 증인은 현재 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군인이 휴가를 원하는 시기에 마음대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 정말 공교롭게 (오늘) 휴가를 나가 부대에서 근무할 경우 소재가 파악되고 출석을 강하게 요구받을 것을 우려해 피신차 휴가를 낸 것 아닌가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위원장은 "심신 쇠약이라는 아무런 증빙 자료 없는 불출석 사유서 제출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며 "동행명령장은 아니지만 오늘 청문회 출석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하는 의미로 동행요구서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권력형 학교폭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짚었다. 서동용 의원은 "이 사건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두 학생 사이의 학폭 사건에 관해 검사인 가해 학생의 부모가 본인의 권력과 법 기술을 이용해 가해학생에 대한 처분 확정을 막고 피해 학생에 대한 2, 3차 가해를 가했던 사건"이라며 "검사의 권력이 작동했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도종환 의원은 "경위서에 보면 피해 학생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며 "지속적 언어 폭력과 때때로 신체적 폭력으로 인해 10월부터 잠을 잘 수 없었고 하루 1시간 가량 자고 낮에는 스트레스, 언어적 폭력에 의한 트라우마로 인한 먼한 상태가 지속된 채로 수업을 받게 됐고 학교 성적은 떨어져서 2학기 때는 학사 경고를 받았다"고 인용했다.
정 변호사와 그의 가족이 불참한 가운데 정 변호사 아들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송개동 변호사에 대한 공세도 있었다. 문정복 의원은 "만약에 변호사님께서 피해자, 변호사님의 자녀가 피해자 학생과 같은 입장이었다면 이런 변호하실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송 변호사는 "사안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내 아이가 피해를 당했다면 거기에 맞춰서 하는데 내 아이가 잘못됐다면 야단을 치든가 할 것"이라고 답했다.
청문회가 열리던 시각 국민의힘 교육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청문회는 정순신 씨 출석 여부와 관계 없이 의미 있는 증언이나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의 목적은 학교폭력 근절과 대처 수립보다는 정 씨와 그 일가족을 불러 망신 주려는 데 있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라는 '답정너' 청문회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교육위원들은 "아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정순신 씨의 대처는 잘못됐다"면서도 "아들은 강제 전학을 당했고, 소송은 패소했다. 정 씨는 공직에서 낙마했다. 피해자 가족과 원만하게 합의했다지만, 정 씨 가족은 언론과 사회적 비난 속에서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고 했다.
여당 위원들은 "국민의힘 교육위원은 오늘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절차와 증인 채택 등 모든 면에서 속이 뻔히 보이는 너무나 편향적인 청문회다"라며 "대신 오후 2시에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들과 일선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에 경고하고 촉구한다. 오늘 청문회를 통해 민주당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면 정부 정책에 추가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그러나 특유의 증인 윽박지르기, 큰소리치기 등 정치공세로 일관한다면 학교폭력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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