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식물들이 말을 걸었다···“함께 살아보자”고[토요일의 문장]

이영경 기자 2023. 4. 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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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동 식물유치원. 세미콜론 제공
‘이 식물들은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면 어디로 가지?’ 의식하자 재개발 단지의 식물들이 더 많이 보였다. (…) 이것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만들어 꾸준히 활동해야겠다는 계획이 머릿속에 스쳤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시작된 ‘공덕동 식물유치원’의 유기식물 구조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사실 식물들이 시작하게 만든 것이다. 그들이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아 나를 이끌어주어서, 우리와 함께 살아보자고 내게 손 내밀어주어서 시작된 것이다.

 - 백수혜 <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 입니다>(세미콜론) 중에서

버려져 죽어가는 식물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와 돌보고 살려내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재개발 지역에 살던 주민들이 떠나고 ‘철거 예정’이라고 붙여진 경고문 뒤에 남겨진 것들은 스산하고 애잔하다. 낡고 헌 건물, 버려진 물건뿐 아니라 생명을 가진 것들도 남아 있다. 개와 고양이를 구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백수혜는 버려진 식물들이 눈에 밟혀 지나치지 못했다. 하나씩 데려와 물도 주고 돌보다 보니 새순을 올리고 살아났다. 그런 식물을 보며 그의 마음속에서도 몽글몽글한 것이 생겨났다. 그렇게 ‘공덕동 식물유치원’이 만들어졌다.

10년간 영국에서 지낸 저자는 ‘동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배제를 당했다. 자연스럽게 버림받은 것들에 눈길이 갔다. 버려졌지만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내려 노력하는 식물은 그에게 위로가 됐다. 식물을 구조했지만, 키우는 법을 잘 몰라 죽이기도 했다. 하지만 버림받았음에도 살아낸 식물들은 강인했다. 그렇게 지낸 시간들이 쌓여 이제 다른 집으로 ‘입양’ 간 식물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알로카시아, 장미허브, 비비추 외에도 뱀딸기, 쑥, 애기똥풀, 사철나무 등이 그의 집에서 되살아났다. 오는 22일엔 제1회 식물유치원 졸업식이 열린다. 분양을 원하신다면 서울 지하철 1·5호선 신길역으로.


☞ 버려진 식물 구조해 돌본 뒤 새 가족에 분양? '공덕동 식물유치원'에서 합니다
     https://www.khan.co.kr/life/life-general/article/202205061517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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