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도 함께한 정주영 사절단…중국서 들었던 '수교 귓속말'

김지훈 기자 2023. 4. 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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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7월 미수교 상태였던 중국에 민간 사절단인 '현대 대표단'을 이끌고 도착한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대표단 일원이던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17대 대통령)이 중국 측과 한중 수교 진전을 위해 나눈 비밀 대화록이 14일 발견됐다.

정 회장은 한중 수교 시점은 '늦어도 1992년 3월'이라는 중국 측 전망을 우리 외교부에 알렸다.

해당 회동(7월23일) 전 노 대표가 정 회장과 독대할 때 중국 측 전망이라는 '1991년 3월 수교설'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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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잠금해제]
/자료=외교부

1991년 7월 미수교 상태였던 중국에 민간 사절단인 '현대 대표단'을 이끌고 도착한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대표단 일원이던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17대 대통령)이 중국 측과 한중 수교 진전을 위해 나눈 비밀 대화록이 14일 발견됐다. 정 회장은 한중 수교 시점은 '늦어도 1992년 3월'이라는 중국 측 전망을 우리 외교부에 알렸다. 한중 양국은 1992년 8월 국교를 맺고 상대국에 대사를 파견했는데 정 회장이 사실상 근사치를 제시했던 셈이다.

이 회장은 중국 경제부처들이 한중 수교를 위한 집단 건의서를 작성할 것이라는 동향을 중국 측 인사로부터 '귓속말'로 전해 듣고 외교부에 전달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 열린 '아산 정주영 탄신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5.11.24/뉴스1

외교부의 30년 경과 비밀해제 문건에 실린 기록들이다. 1991년7월 당시 노재원 중국 베이징주재 무역 대표부 대표(훗날 초대 주중 한국대사)가 외무부(현 외교부)에 보낸 보고서를 보면 노 대표는 방중한 정 회장 등과 함께 중국 항공항천부, 중국 국제상회 측 인사들을 만난 적이 있다. 해당 회동(7월23일) 전 노 대표가 정 회장과 독대할 때 중국 측 전망이라는 '1991년 3월 수교설'을 들었다.

노 대표는 "정 회장은 자신과 접촉한 중국 측 인사의 말이라고 하면서 한중 국교 수립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실현될 것을 본다고 말하였음"이라고 썼다.

다만 정 회장은 구체적으로 누가 이런 시기를 제시했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고 노 대표가 본국에 보고했다. 7월24일에는 정 회장이 톈지윈 중국 부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적극적 투자 요청을 받고 수교 전 대규모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톈 부총리에게 "대규모 투자 의향은 있으나 미수교 상태에선 투자 보장 등 협정이 체결된다고 해도 중국의 정책이 변하면 국가가 기업의 투자를 보호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는 수교 이전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정 회장은 중국 대외경제무역부 부부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현대의 대 중국 투자와 교역액을 증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외경제무역부 부부장은 삼성 4억 달러, 대우 3억 달러, 럭키금성 2억 달러라는 대중국 교역액을 제시하면서 현대그룹은 1억 달러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자료=외교부

당시 정 회장은 한중이 수교하면 타당성 조사를 거쳐 10억달러 규모 대형 투자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중국 대외경제무역부와 회동에서 "남한과 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면 남북한을 동일하게 대우해 달라"고 중국 측에 요청했다. 한국의 재계가 수교, 유엔 활동 등 외교 현안의 가교 역할을 하려 했음을 엿볼 수 있다.

노태우 정부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1991년9월)을 앞둔 시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의 동맹인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회장은 중국 건설부 부부장과 면담 과정에서 전해들은 중국 경제 관련 부처들의 한중 수교 기반 작업을 외교부에 전달했다.

노 대표는 "이명박 회장에 의하면 정회장이 건설부 부부장 일행과 면담 과정에서 그중 한 사람이 이 회장에게 귓속말로 중국 경제부처들이 합동으로 한 중 경제관계의 촉진과 심화를 위해 국교수립이 시급한 과제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상부에 제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말하였다 함"이라고 본국에 보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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