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민주당 방송법 직회부 헌재에 권한쟁의 청구…또 ‘정치의 사법화’

조문희 기자 2023. 4. 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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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주혜(왼쪽부터), 유상범, 장동혁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방송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법률안’ 권한쟁의심판청구 관련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법) 개정안 등 ‘방송 3법’에 대해 14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인 유상범·전주혜·장동혁 등 6명 의원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본회의 직회부 부의 요구의 건’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관련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도록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방송 3법은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각각 KBS·MBC·EBS 이사회 인원을 21명으로 증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은 이사회 숫자가 늘어야 정치권의 입김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이사 추천도 국회·학회·시청자위원회·언론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받도록 규정했다. 직전까지 KBS 이사회는 11명, 방송문화진흥회와 EBS 이사회는 각 9명으로 구성됐으며, 여당이 야당보다 많은 수의 추천권을 가졌다.

민주당이 해당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은 손 놓고 있던 법안”이라며 반발해 왔다. 정권이 교체되자 여당이 다수 가진 추천권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이 꼼수를 쓴다는 지적이다. 여당 반대에도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소관 상임위인 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다수 의석을 활용해 방송 3법을 통과시켰고, 지난달 21일엔 방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과방위 통과 후 3개월 이상 시간이 흘렀음에도 법사위를 넘지 못하고 있어 본회의 직회부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국회법은 ‘법사위가 이유 없이 회부된 법률안을 60일 이내에 심사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 위원장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이유 없이’ 방치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유 의원은 “방송 3법은 46일 만에 법사위에 회부됐고, 바로 2소위에 회부돼 지난 2월22일 심사를 하고 있던 법안”이라며 “이거(직회부)는 민주당이 국회법을 무시하고 오로지 힘으로 의회를 이끄는 의회민주주의 파괴 행위다”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빠르면 4월27일 민주당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상정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불법 직회부 방송법의 본회의 상정을 막고자 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박대출 정책위의장 주최로 ‘방송법 개정 절차와 내용의 편향성 문제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번 권한쟁의심판 청구로 여당은 또 다시 법안 심사 및 상정에 이르는 입법 절차를 사법부 판단에 맡기게 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위장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안건조정위원회에 참가해 소수당의 반발을 무력화하는 등 개정 절차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헌재는 5대 4로 법안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정부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외려 커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양곡관리법 등 법안을 거듭 단독 처리한 야당을 포함해 국회가 협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정치의 사법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송 3법도 헌재 결정에 따라 정국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헌재 구성은 검찰 수사권 축소법 판단 당시 법안 유효 결정을 내린 이석태 재판관이 윤석열 정부 들어 정정미 재판관으로 교체되는 등 뒤바뀐 상황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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