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 병 4400만원' 초희귀 위스키, 편의점에서 판다
70년 간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재위 기간 동안 숙성된 4000만원대 최고급 위스키가 국내 편의점에 입점했다. 한 병에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위스키가 한국 편의점과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30세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위스키가 큰 인기를 끌며 국내 위스키 시장이 팽창하자 글로벌 위스키 업체들이 다양한 국내 유통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병에 4400만원 위스키, GS25 입점
14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편의점 GS25는 지난 12일부터 스코틀랜드의 최대 위스키 업체 고든앤멕페일의 싱글몰트 위스키 기획전을 열었다. 이번 기획전에서 총 37종의 최고급 위스키가 판매되는 가운데 4400만원 상당의 ‘플래티넘 주빌리 글렌그란트 1952’도 포함됐다. 이 위스키는 지난해 서거한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즉위한 1952년 오크통에 들어가 지난해 2월6일 재위 70주년을 맞아 병입된 초희귀 위스키다. 위스키 이름에 들어간 ‘플래티넘 주빌리’는 70주년을 의미한다.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위스키가 국내 편의점에 입점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단일 품목중 최고가 상품이다. 이번 기획전에는 글렌그란트1952 외에도 스코틀랜드의 유명 증류소 롱몬이 만든 2150만원 상당의 ‘프라이빗컬렉션 롱몬1966’도 포함됐다. GS25는 이번 기획전과 관련한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기획전 시작 당일인 지난 12일에만 156만원 상당의 ‘코노세어 어퍼 글렌토커스1990’ 등 고가 위스키 120여병이 판매됐다.
GS리테일은 최고급 위스키의 희소가치와 소비자의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하기 위해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전략을 펼쳤다. 도난 등 보안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초고가 위스키 제품은 온라인 플랫폼 ‘와인25플러스’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수령은 가까운 GS25 편의점 어디에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김유미 GS리테일 주류기획팀 MD는 “오픈 첫날부터 위스키 애호가들의 문의가 많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최고급 위스키가 한국의 편의점 문을 두드린 건 국내 위스키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다양한 유통 채널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서울 내 3개 점포에서 ‘발베니12년더블우드’, ‘히비키 하모니’ 등 희소한 위스키 5종을 현장 판매하자 판매 30여분만에 준비한 상품이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대형마트들은 와인 중심의 해외주류 트렌드가 위스키로 빠르게 옮겨감에 기존의 와인 매대를 위스키 매대로 바꾸기도 한다.
국내 위스키 시장 5년새 72% 성장
국내에 불어닥친 위스키 열풍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6684만달러(약 3450억원) 지난 2020년 수입액(1억3246만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특히 위스키의 인기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연남동·을지로·서촌·신당동·만리재 등 소위 젊은층 사이에서 ‘뜨는’ 지역에 소규모 위스키 바들이 늘고 있다. 이들 가게는 ‘위스키 클래스’를 열고 위스키 초보들을 위스키 마니아들로 바꿔나가고 있다.
위스키 열풍에 힘입어 ‘K-위스키’ 제조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김창수위스키, 쓰리소사이어티스증류소 등 국내 업체들은 국내산 싱글 몰트 위스키를 내놓으며 글로벌 위스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창수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만 두고 10년 넘게 달려왔다”며 “잘만 만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위스키를 충분히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와 신세계L&B 등 대기업들도 국내에서 위스키 생산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다만 열풍이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거셌던 와인 열풍이 한풀 꺾인 것처럼 위스키도 공급량이 늘어나면 인기도 식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의 인기가 개성과 희소가치를 바탕으로 2030세대를 이어졌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트렌드가 계속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위스키가 국내 주류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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