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거장’ 하인라인은 ‘여성혐오자’였을까[책과 책 사이]
10권짜리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아작)이 최근 나왔다. 출판사는 ‘중단편 59편 완역’ ‘59편 중 국내 초역 40편’ ‘국내 최초 미래사 완역’이라는 문구로 홍보한다. SF도, 하인라인도 잘 몰라 검색하니 ‘위대한 SF 작가’ ‘SF 문학의 3대 거장’으로 평가하는 글 말고도 여러 내용의 글이 나온다. 그중 하나는 여성혐오와 성차별주의에 관한 것이다. 지식공유 사이트인 쿼라(Quora)에 ‘하인라인은 여성 혐오주의자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소셜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 관련 글엔 120여 개 포스트가 달렸다.
여성혐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주로 문제 삼는 건 1982년 작 장편 <프라이데이>에서 인조인간 여주인공 프라이데이가 강간당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대목 등이다. 하인라인의 여성혐오 묘사 논쟁에서 특이한 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이들도 반론을 펼친다는 점이다. 프라이데이가 뛰어난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춘 캐릭터라는 점 등을 들며 반박이 이어진다. 미국 저술가 M. G. 로드는 2005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하인라인의 여성 문제’에서 주체적이고 유능한 여러 여주인공 사례를 예로 들며 “하인라인이 나를 페미니스트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전집엔 로드가 언급한 단편 하나도 들어갔다. 1949년 작 ‘데일라와 우주 건설꾼’이다. ‘G. 브룩스 맥나이’는 실력 있는 여성 전기 기술자다. ‘G’가 글로리아인 줄 몰랐던 우주정거장 남성 건설 책임자들은 여성이라는 걸 알고는 돌려보내려고 한다. 당당하고 거침없는 맥나이는 이들에게 해고 권한이 없다며 반박한다. 대립과 다툼 끝에 ‘금녀 지역’인 우주정거장은 더 많은 여성 인력을 받아들인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내세우고, 남자 양육 등도 주장한 하인라인이 시대를 앞서나간 작가라는 점은 분명하다. 후기 작품으로 올수록 여성혐오나 성차별주의 혐의를 받을 만한 대목을 쓴 것도 사실이다.
‘1907년 보수적 지역에서 태어나 남성 중심의 사회를 산, 군인 출신 작가의 작품을 지금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된다’ 같은 전형적 반론으로 포용하기만 하면 그 시대나 사회로 역행한다. 고전일수록 악덕과 미덕을 다시 들여다보는 ‘지금 여기서 다시 읽기’가 중요하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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