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고속도로 요금수납원 ‘불법파견’ 인정, 첫 대법 판결[플랫]

플랫팀 기자 2023. 4. 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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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고속도로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한 톨게이트(요금소) 요금수납원은 불법 파견된 것이므로 원청업체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2019년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요금수납원의 불법 파견을 인정했는데, 민자고속도로에서 일하는 요금수납원의 불법 파견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1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도로공사 요금수납원 도명화·유창근 씨의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기남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요금소에서 일하는 요금수납원 126명이 주식회사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상대로 낸 고용 의사표시 청구소송에서 요금수납원들이 승소한 원심 판결을 13일 확정했다.

요금수납원들은 주식회사 신대구부산고속도로와 용역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통행료 수납 업무를 했다. 요금수납원들은 실질적인 사용자는 원청인 주식회사 신대구부산고속도로라면서 2018년 11월 소송을 냈다. 파견법은 2년 넘게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원청이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한다.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아 원청 소속 정규직과 함께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도 비정규직으로 무제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이다.

불법 파견 사건의 쟁점은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했는지 여부이다. 1심 재판부는 원청업체가 ‘매뉴얼’을 통해 요금수납원들을 지휘·감독했다고 판단했다. 원청업체가 매뉴얼로 요금수납원의 업무처리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았고, 수납원들은 이 매뉴얼을 위반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원청업체는 정기적으로 운영계획 수립, 면제·할인차량 관리, 고객서비스, 미납·환불 관리 등 운영실태를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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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하청업체가 요금수납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했더라도 대부분은 원청업체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기존의 업무방침을 반복·강조한 것이었다고 봤다. 하청업체는 매일 차로개방보고서를 작성해 원청업체에 제출해야 했고, 원청업체는 추석 연휴 특별영업대책으로 ‘요금소를 최대 개방하라’며 입·출구 차로 수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1심 재판부는 요금수납원들이 원청업체 로고가 새겨진 안전조끼와 명찰을 착용하고 근무하는 등 원청업체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으며, 하청업체가 요금수납원들의 노동조건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는 점을 보더라도 ‘불법 파견이 맞다’고 했다.

2심과 대법원도 이 같은 1심 판단에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과 성립, 인적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민자고속도로에서 일하는 요금수납원의 불법 파견을 확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정규직 요금수납원들의 법정 투쟁은 2013년부터 시작됐는데, 대법원은 2019년 8월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 해 12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근로감독 결과 노동자 220명이 불법 파견됐다며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요금수납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4년6개월 만에 나왔다.

▼이혜리 기자 lhr@khan.kr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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