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 침체에 강달러 끝물? … 힘 잃은 원화 ‘무역수지’가 관건
시장 “원화 가치 절상” 기대
“무역수지 악화 약세 늪”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달러 시대가 끝물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는 곧 원화 약세를 의미한다. 강(强)달러 흐름 속 한국의 수출 부진과 한·미 간 금리 차 확대 등으로 힘을 잃은 원화 가치가 점차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악화하고 있는 무역수지 회복이 관건이다.
14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지수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연일 하락하며 14일 종가 기준 100.96을 기록했다. 작년 9월 27일 종가 기준 달러 지수는 114.11을 까지 오른 바 있다. 미국 달러지수는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하 원·달러 환율)은 1323원에 출발해 횡보세를 보이다 1308원으로 급락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체결 소식이 낙폭을 키웠고, 달러 손절매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350억달러 한도 내에서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추가할 계획이다.
외환스와프는 통화 교환 형식을 이용해 단기 자금을 융통하는 계약이다. 즉,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등 외환 수요가 있을 때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지 않고 대신 한국은행이 보유한 달러를 조달해 투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 위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전환 전망 등이 달러 약세에 무게를 키우는 요소로 꼽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원달러 환율은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에 의한 달러 인덱스 약세를 쫓아 하락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유로화, 위안화, 엔화의 강세 가능성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점치게 만드는 대외 요소”라고 분석했다. 물가 급등 부담이 있는 유럽이 금리를 올리고, 중국의 무역량이 늘어나고, 일본이 완화 정책을 끝내면 유로화와 위안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 가치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경기 둔화와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오랜 원화 약세가 끝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데비쉬 코드나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으로 달러 대비 다른 통화가 반등할 수 있다”면서 작년 평균 13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1220원대로 하락하는 등 원화 절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했다.
작년 원·달러 환율은 1400선을 돌파한 바 있다. 업종별로 미치는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엇갈리지만, 환율 급등은 대외 불안 요소로 인식된다. 달러 등 외화 강세는 원료, 원자재 수입 업종엔 직격탄이다.
원화 약세를 키운 데는 악화한 한국의 무역수지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무역 적자 흐름은 지난달까지 1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한국 수출은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4월 들어 10일까지도 마이너스(-) 성장 흐름이 이어졌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교역국 중국 수출 실적이 부진했다.
국내 경기 둔화 우려와 금융시장의 불안 속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의 대외 수출이 상대적으로 더 늘면 우리나라 무역수지 악화가 지속할 수 있다. 이는 곧 원화 약세로 이어지고 결국 다시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기업 뿐만 아니라 달러 보유 비중이 큰 개인 투자자들은 중장기적인 달러 약세 등 향후 환율 변동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도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가파르게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한 세계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속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환 차익을 노린 환테크가 부각되면서 달러 등 주요 통화국의 외화에 투자하는 개인이 늘어난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올해 환율 변동성이 작년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에 투자하는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중금리와 통화정책,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 달러 강세 요인들이 조금씩 진정되고 있는 추세”라며 “추세 전환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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