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 어머니 시신 2년 넘게 방치하고 연금 1800여만원 수령...40대 딸 집행유예로 풀려나

숨진 어머니의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백골이 된 시신과 2년을 함께 지낸 40대 딸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뉴시스

돌아가신 지 2년이 넘어 백골 상태인 어머니 시신을 2년 넘게 집에 방치하고 1800여만원의 연금을 수령한 40대 딸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인천지법 형사14단독 이은주 판사는 14일 선고 공판에서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넷째딸의 신고를 받고서야 사망한 지 2년5개월만에 비로소 백골의 참혹한 상태로 발견됐다”며 “피고인은 어머니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연금 급여를 받아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2016년부터 피해자와 둘이 살면서 사이가 좋았고, 다른 자녀들이 피해자와 만나지 않는 동안 당뇨병 처방 기록도 메모하는 등 보살폈다”며 “피해자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으나 ‘돈이 없으니 가지 않겠다’고 피해자가 고집을 부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은 안방에서 숨을 쉬지 않는 어머니를 발견한 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며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당뇨를 앓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어머니를 방임한 데다 사망 후 장례도 치르지 않고 2년 5개월 동안 (시신을) 방치했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A씨는 2020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한 빌라에 어머니 B(사망 당시 76세)씨 시신을 백골 상태로 방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에게는 노인복지법상 방임, 기초연금법 위반, 국민연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경찰에서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끊길까 봐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서는 “연금을 부정 수급할 목적으로 (사망 사실을) 은폐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가 어머니 사망 후 28개월 동안 대신 받은 연금은 1800만원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