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혜지'는 2023년에도 건재하다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태희혜교지현이!'
지난 2009년 방송된 MBC 시트콤의 제목이다. 당연히 배우 김태희, 송혜교, 전지현을 뜻한다. 당시에도 세 사람은 당대를 대표하는 연예인이었기에 이런 제목이 탄생될 수 있었다.
그리고 14년이 지났다. 지금 그들의 위상은 어떨까? 두 사람은 결혼해 엄마가 됐고, 또 한번은 다시 싱글이 됐다. 그 사이 무려 열네 살을 더 먹었다. 열네 번의 나이테가 더 감기는 동안, 김태희의 나이는 올해 43세가 됐고 송혜교와 전지현은 각각 42세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톱스타다. 그래서 2023년을 맞아 또 다시 '태혜지'가 돌아온다는 것은 꽤 의미심장하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여는 주인공은 김태희다. 그는 이미 tvN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촬영을 마쳤다. '하이바이, 마마!' 이후 3년 만의 복귀다. 장르는 스릴러다. 그는 극중 남편을 살인자로 의심하는 가정주부 역을 맡았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 때 로맨스물의 단골손님이었으나, 전작인 '하이바이, 마마!'에서 지극한 모성애를 보여줬던 김태희의 또 다른 연기 변신이다. 게다가 '더 글로리'의 주역인 배우 임지연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이웃집 여자를 맡고, 김성오가 남편 역을 연기하며 힘을 보탠다.
전지현은 영화 '헤어질 결심'을 비롯해 박찬욱 감독과 함께 했던 '박쥐', '아가씨' 등으로 유명한 정서경 작가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집필한 정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8부작 드라마 '북극성'(가제)에 참여한다. 첩보 멜로 장르로 스파이의 세계를 다룬다. 정 작가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인 반면, 전지현은 영화 '베를린'에서 첩보물의 맛을 봤다. 또래 여배우 중 가장 액션 연기를 잘하기로 정평이 난 터라 이 작품에서도 상당수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너로는 배우 강동원이 낙점됐다. 더없이 든든한 존재다.
전지현 입장에서는 명예회복을 노려야 한다. 전지현은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와 손잡고 2021년 tvN 드라마 '지리산'을 선보였다. 여기에 배우 주지훈과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연출한 이응복 PD가 가세했다. 도무지 실패하기 힘든 조합이었다. 하지만 반응은 지지부진했다. 16부작이었음에도 2회 시청률은 10.7%가 최고 성적이었다. 드라마를 본 후 실망하는 반응이 많았다는 의미다. 승승장구해오던 전지현 입장에서도 씁쓸한 결과다. 그리고 '북극성'은 그 실패의 상처를 덮을 기회인 셈이다.
송혜교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최근작인 '더 글로리'로 "또 다시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 이후 오랜만에 다시 김은숙 작가와 손잡은 송혜교는 장기인 로맨틱 코미디이나 로맨스를 버리고 장르물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학교폭력 피해자를 연기하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로 몸을 말렸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외모'를 무기로 쓰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오히려 대중은 열광했다. 오롯이 송혜교의 연기에 집중했다. 그가 보여준 문동은은 학폭 피해자의 아이콘이 됐다. 문동은이 일군 가해자를 향한 복수는 학폭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올랐다.
그런 송혜교는 일찌감치 차기작을 선택했다. '자백의 대가'다. 이 작품은 뜻밖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송혜교는 살인사건에 휘말린 미술교사 역을 맡고, 그와 엮이는 미스터리한 인물은 한소희가 연기한다. JTBC '괴물' 등을 연출한 심나연 PD가 메가폰을 잡는다.
태혜지의 복귀는 단순히 스타의 컴백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전히 방송가는 남성 중심적인 성향이 있다. 이야기 역시 남성 중심적으로 흘러가곤 한다. 이렇게 남성들이 득실대는 영화나 드라마를 '알탕 콘텐츠'라 부르곤 한다. 결국 티켓파워와 지명도가 높은 남성 배우를 섭외하기 위해 남성 서사가 주류를 이루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태혜지는 여성 서사를 가능케 한 인물들이다. 그들은 작품 속에서 조력자에 머물지 않는다.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중심 인물이다. 결국 여성 서사 작품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보다 여성의 이야기를 심도깊게 들여다보는 작품이 기획되고, 그들이 출연하기로 결심한 순간 방송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편성이 가능해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벌써 데뷔 20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태혜지는 대한민국 방송사에서 여성 서사 작품의 발전사와 함께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미 시대의 아이콘이 된 그들의 작품은 방송가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효과까지 가져온다"고 평했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밀리언셀러는 기본? 보이그룹 앨범 판매량의 명암 - 아이즈(ize)
- 송중기 홍사빈 주연 '화란', 제7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 - 아이즈(ize)
- '거미집',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 초청! - 아이즈(ize)
- 빅토르 안, 한국서 첫 지도자 활동한다... 국가대표 선발전 개인 코치로 참가 - 아이즈(ize)
- 김민재 '침울한 표정' 퇴근길 포착... '경고 누적' 2차전 못 뛴다 - 아이즈(ize)
- 한국축구에도 반가운 '이강인' 이적설... 수많은 월클 키워낸 '명장' 있다 - 아이즈(ize)
- 우도환, 서슬 퍼런 날을 거두니 비로소 보이는 찐 매력 - 아이즈(ize)
- 타락에서 구원을 낳는 김윤아의 음악 세계 - 아이즈(ize)
-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또 대한민국 최초 개봉 확정 - 아이즈(ize)
- 류승완+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밀수' 7월26일 개봉 확정 - 아이즈(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