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천웅 왜 뒤늦게 불법 인터넷 도박 사실 인정했나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김우종 스타뉴스 기자] LG 트윈스 외야수 이천웅(35)이 불법 인터넷 도박 혐의를 시인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다만 승부조작과 직결될 수도 있는 스포츠 사설 토토 등 이른바 불법 스포츠 도박에는 손을 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 수위 역시 정확한 검찰 조사가 마무리돼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LG 트윈스 구단은 14일 오전 "이천웅이 인터넷 도박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LG는 "최근 KBO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인터넷 도박 사건에 이천웅 선수가 연루돼 있다는 사실과 관련해 여러 차례 면담과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 말 1차 면담에서 사실을 부인한 이천웅을 KBO 수사 의뢰 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잔류군으로 이동시켰다"면서 "이천웅이 잔류군으로 이동한 후에도 자체 조사 및 면담을 추가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LG는 "이 과정에서 12일 이천웅이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면서 "구단은 사실 파악 직후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즉시 통보했고, 향후 검찰 조사와 KBO의 후속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야구계에는 악재가 계속해서 쏟아졌다. WBC 참사를 시작으로 전 롯데 투수 서준원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결국 롯데는 서준원을 즉각 방출했다. 여기에 구단 프런트 실무 최고 책임자인 단장이 비위 행위에 연루돼 충격을 안겼다.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지난해 박동원(LG)과 협상을 하다가 뒷돈을 요구했다는 파문에 휩싸였고, KIA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연 뒤 장 전 단장을 전격 해임했다.

2023 KBO 리그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한 구단 선수가 불법 도박에 연루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KBO는 장 전 단장 건과 이천웅 도박 건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KBO가 자체 징계를 통해 사안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확실하게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LG 구단의 설명대로 이천웅은 1차 면담 당시 인터넷 도박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G 구단 역시 쉽게 이천웅의 혐의 사실을 공개할 수 없었다. 자칫 사실이 아닐 경우, 선수에게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일단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내렸다. 그러다 KBO가 검찰에 수사를 직접 의뢰하면서 이천웅도 압박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뒤늦게 인터넷 도박 사실을 시인한 이유였다.

이제 이천웅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모든 것을 밝히기로 결정했다. LG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천웅이 이날 경찰서에 조사받기 위해 스스로 출두했다"고 밝혔다. KBO 규약에 따르면 불법 도박을 품위 손상으로 판단해 1개월 이상 참가 활동 정지나 30경기 이상 출장정지 또는 300만 원 이상 제재금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또 만약 음주운전, 마약, 도박, 성폭력 등의 품위손상행위가 발생한 후 10일 이내에 소속 구단이나 KBO에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가중해 제재한다.

이천웅이 한 인터넷 도박 종류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터넷 온라인 도박 중에는 승부조작과 연관이 될 수도 있는 사설 스포츠 도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천웅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에 따르면 그가 한 인터넷 도박은 사설 스포츠 도박이 아닌, 사행성 인터넷 게임 도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경찰과 검찰을 통해 정확한 조사 결과가 밝혀진다면, KBO도 이에 따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LG 구단은 이번 사태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다. 구단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김인석 LG스포츠 대표이사는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 "LG 트윈스는 이천웅이 불법 인터넷 도박이라는 행위로 팬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은 최근 KBO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인터넷 도박 사건에 이천웅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과 관련해 여러 차례의 면담과 자체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선수 본인이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며 "구단은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 더욱 큰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속 선수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선수단 관리에 대한 책임을 깊게 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이사는 "LG 트윈스는 앞으로 재발 방지와 부정행위 근절을 위해 준법 및 인성교육 등 선수단 관리와 교육을 심층 강화해 KBO가 지향하는 클린베이스볼 정착에 더욱 노력하는 구단이 되겠다"고 약속한 뒤 "다시 한번 프로야구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천웅은 군산남초-성일중-성남서고-고려대를 졸업했다. 성남서고 시절에는 팀 내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는 2007년 신인 드래프트 당시 연고 구단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을 받았으나, 프로행 대신 대학교 진학을 선택했다. 이후 이천웅은 2011년 LG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2012년 팀과 계약을 맺으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2012 시즌 6경기, 2013시즌 8경기 출전에 각각 그쳤던 이천웅은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2016년부터 LG의 주전 외야수로 도약했다. 그해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3, 6홈런을 마크했고 2017시즌에는 75경기에 나섰다. 2018 시즌에는 112경기서 타율 0.340, 2019년엔 138경기서 타율 0.308을 각각 기록하며 LG의 외야를 지켰다. 그러나 2020시즌부터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고, 김현수와 박해민, 홍창기가 외야진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지난 시즌에는 19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4경기에서 3타석 3타수 3안타(타율 1.000)로 많은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