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초짜 대통령?” “전광훈 목사문제?”…홍준표는 왜 해촉됐나

김건호 2023. 4. 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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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목사나 끼고 돌면서 거꾸로, 나를 배제한 김기현 대표의 엉뚱한 화풀이도 보았다.”

14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직권으로 자신의 당 상임고문직을 해촉한 것에 대해 “나를 밟고 넘어가서 지도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밑거름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평생 몸에 밴 살피고 엿보는 그 버릇을 쉽게 버릴 수가 있을까”라며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전날엔 “엉뚱한데 화풀이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돼가는 당을 방치하고 그냥 두고 가만히 보고만 있겠느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전광훈 목사로 인해 촉발된 국민의힘 설화 논란이 홍 시장의 상임고문 해촉이라는 결과로 돌아오면서 국민의힘이 내홍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으로 김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갈림길에 섰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광훈 천하 통일 발언으로 시작된 국민의힘 내홍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은 전부 천하 통일했습니다.”

모든 논란의 시작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이 발언으로 촉발됐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인 보수단체 ‘북미자유민주주의수호연합’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후 김 대표는 전날(13일)에서야 공석이었던 당 중앙윤리위원장을 인선하며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은 김 최고위원 징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지도부가 꾸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는 김 대표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에 국민의힘 원로였던 홍 시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김 최고위원 징계 조치 및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에 “미온적”이라며 “(전 목사) 눈치나 보고 있다” 등 비판을 연일 쏟아냈다. 반면 김 대표는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라며 사실상 홍 시장을 저격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뉴스1
이번 홍 시장의 당 상임고문직 해촉은 김 대표 직권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홍 시장이 노골적으로 김 대표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서 이에 김 대표가 홍 시장을 당 고문직에서 해촉하는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당대표는 페이스북에 “상임고문 면직이라는 건 처음 들어본다”며 “정당에서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걸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의원은 “현 상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당초 문제를 촉발한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와 당내 갈등을 초래한 홍 시장에게 동시에 책임을 물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뽑았다”...고문 해촉에 대통령실 입김?

“(국민이) 정치력 없는 (윤석열)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뽑아놓고 왜 탓을 하나”

하지만 일각에선 홍 대표가 최근 TV토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게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린 결정적인 이유란 분석도 나온다.

홍 시장은 지난 9일 MBC 100분 토론 1000회 특집에서 윤 대통령 정치력을 평가한 바 있다. 홍 시장은 당시 “노련한 정치력이 있는 사람을 다 제치고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뽑아놓고 왜 탓을 하나”라며 “정치력 없고 초보인 대통령을 뽑아놓고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와 같은 대화와 타협을 해달라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왼쪽)과 유시민 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9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 MBC 유튜브 영상 캡처
물론 홍 시장 입장에선 윤석열 정부를 잘되게 도와달라는 취지로 한 발언이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정치에서 토론이 실종된 이유로 60% 이상의 국민이 윤 대통령을 꼽았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지만 대통령실 입장에선 대선 당시 당내 경선을 치른 홍 시장이 할만한 발언은 아니었다고 생각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홍 시장의 화법을 아는 정치인들은 상관없겠지만 보기에 따라선 내부총질이라고 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하태경 의원은 지난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물어보니까 (홍 시장이) 졸라서 (상임고문이) 됐다고 하더라. (현직에 있는) 선출직이 상임고문한 사람도 없어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화한 것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홍 시장이 당 상임고문이란 사실조차 모르고, 지난 6일 부산 해운대 일광 횟집에서 열렸던 윤 대통령과 시도지사 등과의 저녁 모임 때도 두 사람 사이가 화기애애했다는 것이다.

◆김재원 징계 해법될까...홍준표가 아쉬운 국민의힘

하지만 논란이 된 TV토론은 일광횟집 저녁모임 이후인 지난 9일 저녁이었고, 친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당시 홍 시장 발언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당내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지역구의 한 의원은 “당시 해당 방송에 대해 뒷말이 많았다. 평소 홍 시장의 화법이 직설적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정치 초보라고 표현한 것은 윤 대통령의 아픈 곳을 찌른 것”이라며 “김 대표와의 갈등뿐만 아니라 지난 전당대회를 비롯해 사사건건 할 말 하는 홍 시장에 대해 친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또 과거 누구보다 긴밀한 사이였던 김 대표와 홍 시장의 관계가 재조명되면서 이번 논란에 단순히 두 사람의 알력싸움이 아닌 대통령실을 비롯한 친윤계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2008년 홍 시장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당 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고, 홍 시장은 지난 전당대회 때 김 대표를 물밑 지원하는 등 그동안 두 사람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서울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연합뉴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5선 의원 출신으로 대구시장직을 맡은 홍 시장과 TK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한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번 내홍을 수습하는 첫 단추로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홍준표 시장의 인지도와 스타성을 당 내부에서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내년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에 절대적인 상황에서 결국 당과 홍 시장이 합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김재원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조치가 그 해법을 만드는데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이 촉발하게 된 데는 김기현 대표가 빠르게 윤리위를 구성해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에 착수하지 않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며 “지금처럼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이 굳어지지 않은 상황에선 과거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왜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 위촉했는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당 대표까지 지낸 홍 시장을 끌고 안고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홍 시장의 100분 토론 발언과 관련해서는 “오늘 한국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27%)과 국민의힘(31%)은 보수층만이 지지하고 있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 홍 시장이 한 발언은 그 취지를 생각하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p)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27%, 부정 평가는 65%로 조사됐다. 정당지지율은 국민의힘 31%, 더불어민주당 36%였다. 이번 조사는 무선(95%)·유선(5%) 무작위 추출 전화면접방식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8.2%이다. 이밖에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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