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마약왕’의 애완 하마 고속도로서 치여 죽어…150마리 중 절반 45억 들여 멕시코·인도로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키우던 하마 중 한 마리가 11일 고속도로에서 차량과 부딪쳐 죽었다. 엘도라도=로이터연합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의 애완 하마들이 주인이 죽자 각종 사고를 일으키며 정부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생태계 교란도 모자라 지역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12일(현지시각) 콜롬비아 일간지 엘티엠포,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 한 마리가 고속도로에서 차량과 부딪쳐 죽었다.

콜롬비아 환경당국은 무게 1톤(t)의 이 하마는 에스코바르가 직접 들인 하마는 아니고, 하마들이 번식해 낳은 하마라고 밝혔다. 11일 수도 보고타와 메데인을 잇는 도로에 뛰어들었다가 인근을 지나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과 충돌한 것. 차량 탑승자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2월에도 이 일대에서 비슷한 사고가 났고 당시에는 하마가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서 방치된 채 있어 당국은 천적 없는 생태계 교란 침입종으로 보는 입장이다.

에스코바르는 1980년대에 안티오키아주 푸에르토트리운포에 있는 자신의 호화 주거지 안에 하마를 몰래 들여와 기르기 시작했다. 하마는 급속도로 개체 수를 불려 현재 150마리 넘는 하마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에스코바르 사망 이후 그가 소유했던 부동산은 관광 상품으로 탈바꿈됐지만 하마는 인근 마그달레나강 유역에 방치됐다. 당국은 절반인 70마리 정도를 멕시코와 인도로 이송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산만 약 350만 달러(46억원) 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에스코바르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콜롬비아 역사상 최대 마약 카르텔의 두목 자리에 올랐고, 대통령 자리까지 노린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성기에는 아메리카 대륙에 깔려 있는 마약 유통망의 거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이 당시 추정 자산이 300억 달러(약 39조원)에 달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부유한 사람으로 추정될 정도였다.

농부인 아버지와 교사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1949년 12월 1일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당국에 기초수급을 신청할 정도로 가난했다. 신발도 신지 못한 채로 학교에 다녀야 했다.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자 보다 못한 어머니가 고급 신발 한 켤레를 훔쳐 에스코바르에게 가져다 줬다고 한다.

에스코바르는 잔혹한 성격으로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에스코바르가 죽인 사람이 무려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 장관 정치인도 가리지 않았고, 테러도 일삼았다. 심지어 에스코바르의 카르텔을 소탕하려고 시도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후보 3명까지 무차별 암살했다. 원래는 후보 4명을 죽이려 했으나 1명은 운 좋게 살아남았다.

악행을 일삼다 결국 감옥에 가게 되고 다른 감옥으로 이감하던 중 탈옥에 성공한다. 추적을 피해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다 아들과 약 20초간의 통화를 하면서 위치가 발각된다. 그곳으로 콜롬비아 특수부대가 투입돼 1993년 12월 2일 교전 중에 총 3발의 맞고 사망한다.

에스코바르의 일대기와 일화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 실제 드라마와 영화, 다큐멘터리도 여러 차례 제작됐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