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건설사 보증 잔액 10兆 육박… 부동산發 위기 전이 우려
2019년 3조6354억원서 급격히 증가
주금공, 사업자 보증 97.5%가 중소건설사
심사 초기 단계부터 부실 사업자 걸러내야
한국주택금융공사(HF·주금공)의 주택 사업자 보증 잔액이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보증 잔액이 1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사업자 보증이 급격하게 늘어난 주금공 역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보증 대상의 대부분이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가장 크게 도사리는 곳인 중소건설사이기 때문이다. 중소건설사의 부실이 현실화되면 보증기관인 주금공까지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금공은 보증 단계부터 부실 우려가 큰 사업자를 걸러내 보증 사고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증심사체계 개선 작업까지 착수한 상태다.
14일 금융권 및 주금공에 따르면 공사의 사업자 보증 잔액은 올해 2월 말 기준 9조677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사업자 보증 잔액은 8조9762억원으로 불과 5개월 만에 7000억원이 넘게 보증 잔액이 증가했다. 주금공은 건설사의 건설자금·프로젝트금융·매입임대에 대한 보증을 하고 있다.
사업자 보증은 부동산 시장 호황기를 맞아 급격히 늘어났다. 사업자 보증 신규 공급액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에는 3조6354억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 들어 4조2291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5조1370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치인 5조7488억원까지 이르렀다.
은행으로부터 직접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건설사가 주금공의 보증서를 받아 대출을 실행하면서 사업자 보증 규모가 증가한 측면도 있다. 은행권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오기 전부터 1군 건설사가 아닌 경우 주금공의 보증서가 있는 경우에만 대출을 실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은행 관계자는 “주요 건설사가 아닌 경우 부동산 대출이 잘 실행되지 않는다”라며 “주금공의 사업자 보증이 이뤄진 경우를 중심으로 대출 거래가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사업자 보증 잔액이 10조원에 육박하면서 주금공의 보증서대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금공의 사업자 보증이 중소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지원되다 보니 부실 우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사업자 보증 가운데 중소건설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97.5%다.
중소건설업체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타격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이다. 중소건설사의 보증서대출 사고가 일어날 경우 주금공은 부실채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사업자 보증비율이 대부분 90%인 만큼 대출 부실이 발생한 데 따라 9할의 책임이 주금공에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주금공은 최근 주택 사업자 보증의 심사평가모형을 고도화하기 위한 연구용역 작업에 착수했다. 현행 사업자 보증 심사 체계의 허점을 확인하고, 심사 단계에서부터 부실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주금공의 주택 사업자 보증 심사평가모형은 주택사업자의 경영·재무현황 등 기업정보와 신청사업장의 시장성 및 분양성 등 제반 사업조건을 바탕으로 향후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예측해 보증가능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현재 주금공은 지난 2016년 구축한 주택 사업자 보증에 대한 심사평가모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의 고금리 및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주택시장과 기업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현행 심사평가모형의 변별력을 개선하기 위해 적정성을 진단하는 작업이다”라며 “주택시장 침체, 고금리 기조 등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주요 리스크에 입각한 모형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주금공은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보증사고 데이터를 분석해 현행 심사평가모형의 신뢰성과 유효성을 진단할 계획이다. 또한, 보증사고 및 부실위험에 대한 예측력을 높일 수 있는 신규 평가지표를 발굴하고, 새로운 사업자 보증 통합심사평가모형을 재구축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주금공은 이번 연구용역을 이르면 7월까지 마무리 짓고 새로운 심사 체계에 대한 검토에 돌입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았다가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단독] 김가네 김용만 회장 성범죄·횡령 혐의, 그의 아내가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