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작심삼일 vs '중꺾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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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소민호 기자] 낯설었던 2023년을 맞은 후 100일이 조금 더 지났다. 새해 첫날 무언가 마음먹었던 일들을 변함없이 잘 해내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적절한 때가 된 것 같다. 담배나 술을 끊겠다거나 책을 자주 읽겠다든지 하는 개인적인 결의가 익숙한 우리네지만, 눈을 돌려보면 명운을 걸고 무언가를 변화시키겠다고 하는 기업 등 조직 차원의 맹세 내지 경제의 체질을 바꿔 국민의 고단한 삶을 가볍게 해주겠다는 국가적 아젠다 세팅까지 다양한 차원의 결심이나 결단이 있었다.

과연 목표한 것들은 조금씩이라도 의미있는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는가.

전국을 켜켜이 뒤덮은 심한 황사가 쌓인 것처럼 답답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개인적인 일들로 좁게 제한해 들여다볼 때도 작심삼일로 쉬이 끝나고 마는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해가 바뀌며 괜한 분위기에 젖어 무리한 생각을 했다는 자조적 감정을 갖게 되는 수가 부지기수인 것도 같다.

여전히 그 마음먹을 당시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으로 결심을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을테지만, 흡족한 마음을 갖기란 어려운 듯 하다.

기업들 역시 요동치는 환율과 신냉전에 따른 불확실성은 물론 소비심리 위축과 원가 앙등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성과를 내겠다고 저마다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환경은 개선될 조짐을 기대하기 힘들고,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 경제는 한 달이 지날 때마다 수십억달러의 적자를 누적해가는 중이다. 심지어 지난 3월까지 6개월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고, 4월 상순에도 마이너스 성장은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4월1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258억달러를 넘었다고 하니, 그 천문학적 규모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대목은 자랑스럽게 여길 소식들이 있어서다. 넷플릭스에선 학교폭력의 잔인함을 고발한 '더글로리'를 포함해 매주 한국 콘텐츠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식품업체들은 해외 판매를 늘리며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수년 전 영화에서 '짜파구리'로 이름을 떨친 한국 라면은 작년 해외 판매액만 2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고 한다. '아이뉴스24' 기자는 최근 일본 현지에서 한국 라면의 인기 현상을 목도했다며 기사로도 작성한 바 있는데, 주인공은 불닭볶음면이었다. 인기가 높다보니 이름을 그대로 베낀 현지의 유사제품, 소위 '짝퉁'까지 버젓이 가게에서 팔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다룬 기사는 대부분의 매체들이 후속으로 다룰 정도로 파급이 작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부의 성장과 분발이 전체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중꺾마' 정신을 되새기며 하루하루 분투할 뿐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냐는 것이다.

시장엘 가보면 어떤 품목도 그대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없을 정도인 데다 증폭된 사회갈등 속에 승자독식의 논리가 횡행하며 자조적 목소리가 많은 가운데서도 치열한 삶의 현장을 떠나기 힘든 이들로서는 작심삼일 식의 경박함과 이별해야만 하는 것이다.

/소민호 기자(sm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