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300]"최대한 많이 죽여줘"

손정빈 기자 2023. 4. 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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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4월 3주차 개봉 영화 및 최신 개봉작 간단평을 정리했다.

"최대한 많이 죽여줘"…존 윅 4(★★★★)


'존 윅 4'는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액션에 총동원령을 내린 듯하다. 존 윅이 말을 타고 사막 위를 질주하며 총을 쏘는, 마치 서부극 액션과 같은 시퀀스로 문을 연 이 영화는(마지막 액션 장면 역시 서부극에서 가져왔다) 존 윅이 다시 한 번 블랙 슈트를 입자마자 '킬링 액션'에 불을 붙인다. 일본 야쿠자·사무라이 액션을 시작으로 브루스 리와 재키찬 그리고 토니 자를 거쳐 쿵푸와 홍콩 누아르를 경유하고 할리우드식 총격전·추격전은 물론이고 전쯔단이 쿵푸를 변형하고 업그레이드 한 새로운 무술까지 꺼내어 보인다. 건푸(gun-fu) 혹은 건짓수(gun-jitsu)로 불리는 존 윅의 시그니처 액션도 여전하다. 권총·장총·단검·장검·쌍절곤·화살 등 온갖 무기를 들고, 말·차·오토바이 등 온갖 탈 것을 활용해, 호텔·식당·클럽·폐건물·도로 위·광장 온갖 장소에서 싸운다. 존 윅을 지켜주려고 했던 옛 친구 고지(사나다 히로유키)의 대사는 '존 윅 4'를 관통한다. "최대한 많이 죽여줘."

마음을 열어 보세요…킬링 로맨스(★★☆)


모두가 좋아할 만한 영화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일단 빠져들면 웃음을 참기 힘들다. 이른바 B급 감성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데, 마음이 열리고 나면 어쨌든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게 실소든 박장대소든 말이다. 어디서 본 듯한 작품이 양산되는 것만 같은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이처럼 완전하게 결이 다른 작품이 나왔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이 영화는 분명 가볍지만, 이런 영화를 만들겠다는 그 결심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 H.O.T의 '행복'과 비의 '레이니즘'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도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조던+나이키+벤 애플렉+맷 데이먼…에어(★★★☆)


운동화 마니아, 농구 마니아, 브랜딩 마니아라면 '에어'를 안 볼 수가 없다. 이 작품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운동화의 탄생을 담았고, 역대 최고 선수로 불리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이며, 세계에서 가장 브랜딩을 잘하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도약을 그린다. '에어'는 나이키 식으로 만든 영화다. 언제 나이키가 제품 기능에 관해 설명하는 것 봤나. 'Just Do It'이라는 문구와 함께 운동선수들의 열정에 찬 움직임을 보여줄 뿐. 말하자면 나이키는 사실(fact)이 아니라 이야기(story)를 판다. '에어' 역시 그렇다.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가 어떻게 한 배를 탔고, 어떤 신화를 써내려갔으며, 그 가운데 조던의 어머니 들로리스 조던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 '에어'는 이런 팩트 사이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조명하며 그들의 스토리를 보여줌으로써, 다 알아서 뻔한 게 아니라 다 아는데도 재밌는 영화가 된다.

이건 너무 티나잖아요…길복순(★★☆)


'길복순'이 '킬빌'과 '존 윅' 등 다른 액션 영화들을 이른바 '우라까이'했다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킬 빌'은 우라까이를 예술의 경지에 올린 작품이고, '존 윅'은 우라까이를 적절히 활용해 성공한 사례다. 문제는 '길복순'엔 흉내내기만 있고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를 1년에 한 두 편 보는 관객에게 새로울 수 있어도 굵직한 액션 영화를 꾸준히 따라온 관객에게는 새삼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가워, 판타지 블록버스터…던전 앤 드래곤:도적들의 명예(★★★☆)


'반지의 제왕'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호빗' 시리즈, '해리 포터' 시리즈 정도가 관객이 기억하는 판타지 블록버스터일 것이다. 다른 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다. '던전 앤 드래곤:도적들의 명예'는 어쩌면 이 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출발은 안정적이다. 동명 원작 게임의 설정을 적절히 가져왔고, 다소 뻔하긴 해도 이야기·캐릭터·연출 모두 나쁘지 않다. 컴퓨터그래픽(CG) 등 시각효과 역시 흠잡을 데 없다. 그리고 시종일관 유머러스하다. 출발은 산뜻하다. 어차피 이번 작품 하나로 끝나버릴 영화가 아니다. 결국 성패는 앞으로 나올 후속작들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온기…오토라는 남자(★★★)


'오토라는 남자'는 톰 행크스 필모그래피에 크게 의미가 있진 않을 것이다. 행크스가 이 영화에서 대단한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작품 역시 특별하달게 없다. 그래도 '오토라는 남자'가 품은 이 따뜻함만큼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에게도 어떤 해도 되지 않는 이 온기를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겠나. 아마 행크스도 이 점 때문에 '오토라는 남자'에 출연했을 것이다.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리메이크 한 영화다. '오베라는 남자'는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가 2012년에 내놓은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또 하나의 클래식…파벨만스(★★★★☆)


'파벨만스'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소년 시절을 그린 작품이라고만 이야기하는 건 이 영화를 오독하게 한다. '파벨만스'는 스필버그 감독의 과거를 다루면서 영화·예술·인생·가족을 아우른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영화에 관한 영화이고, 예술에 관한 영화이며, 인생에 관한 영화이고, 가족에 관한 영화이다. 가족이 영화를 탄생시키고, 영화가 가족을 갈라놓으며, 예술과 인생 사이에서 고민하고, 인생이 곧 영화가 된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파벨만스'를 보면 된다. 할리우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 거장은 겸손하고 친절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그 모든 얘기를 풀어낸다. 몇 몇 장면은 황홀하고, 모든 신(scene)은 세공돼 있으며, 어떤 연기는 감탄을 자아내고, 일부 대사는 가슴에 와 꽂힌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이 담겼다는 점 하나 때문에 반드시 아카이빙 해야 할 작품이 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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