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 곳곳에 스민 기억, 동시대 작가가 펼쳐내다
작품은 전시장 뿐만 아니라 아카이브라운지, 프로젝트스페이스, 야외 로비, 계단, 통로, 화장실 등 미술관 곳곳에 펼쳐놓았다.
전시장 1층 입구와 2층 출입구 통로에는 김보경의 '양손의 호흡-5㎜ 왕복운동으로 만든 반사광 #2'가 설치됐다. 지난 한 세기에 걸쳐 변화한 미술관 주변에 대한 기억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시장 1층 안쪽에는 황원해의 '슬러리월'과 박민하의 '터'(군중)를 전시한다. 두 작품 모두 미술관의 건축물 중 창문에서 영감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슬러리월'은 유기적인 이미지를 중첩시켜 모더니즘 건축물의 견고함에 균열을 내고, '터'(군중)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온 문화적 에너지를 1990년대 사이버 문화의 이미지로 표현했다.
아르코미술관이 위치한 장소는 과거 경성제국대에 이어 서울대 문리대가 자리했으며 1960년 4·19혁명이 시작된 곳이다. 아르코미술관은 서울대가 관악으로 이전한 후 조성된 마로니에 공원 안,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김수근 건축가의 설계로 1979년 완공됐다.
한국 최초로 동시대 미술을 위한 공공 전시장으로 신축된 미술회관(아르코미술관 전신)은 1960~80년대 민주화 운동과 1990년대 이후 청년문화와 소비문화가 주도한 사회 변화를 목도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전시장 2층에서는 김수근 건축가에 대한 상상에서 출발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구니스'(양승빈), 미술관에 대한 개인의 기억과 장소의 서사를 텍스트에 기반한 이미지로 재구성한 '태깅-K'(윤향로), 건물의 물리적 한계를 신체를 통해 감각하고 매개하는 퍼포먼스 영상 '전시장의 투명한 벽은 시에나 색으로 물든다'(문승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마로니에 공원을 통창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아카이브라운지에는 6점의 캔버스를 연결한 파노라마 형식의 화화 '전야'(안경수)를 설치했다. 마로니에 공원을 정치적 시위와 거리 문화의 열기가 교차하는 광장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프로젝트스페이스에서는 의자에 앉는 행위를 통해 신체와 장소성을 생각하는 '앉히다: 다리가 자유로워질 때-의자 3'(다이아거 날써츠)을 선보인다. 관람객은 다양하게 디자인된 의자에 실제 앉아보며 자신이 위치한 공간을 사유하고 신체의 사회적 장소성을 재인식하게 된다.
미술관 야외 로비, 화장실, 통로 계단에는 소리로 미술관 안팎을 넘나드는 이현종의 사운드 작품 '아마데우스 의자'를 설치했다. 미술관 내부로 침투하는 사운드를 통해 예술과 일상의 에너지를 교차하는 시도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지난 13일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지난 3년간 팬데믹 상황에서 환경, 생태, 지역, 경계, 이동 등 첨예한 의제를 전시 주제로 발굴해 호응을 얻었다"며 "내년 3월 아르코미술관 50주년에 앞서 마련한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계속 사회의 변화를 목도하고 시대와 호흡하며 함께 변화해 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미술관을 소리로 감각하는 관객 참여형 사운드워킹 프로그램, DJ 사운드 퍼포먼스, 공간 연구 워크숍 등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일반적인 관람 동선 외에도 휠체어 이용자와 사운드워킹을 위한 관람 동선을 별도로 마련했다. 입장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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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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