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SVB 사태 일어났다? 뱅크런 100배 빨랐을 것"

윤주영 2023. 4. 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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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에 매서운 경고장을 날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국제유가와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자칫 통화정책을 재설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까 봐 걱정했다.

이 총재는 앞서 11일 두 번째 금리 동결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 이후 국제유가 추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 불안이 미국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새로운 '안개(불확실성)'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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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블룸버그 인터뷰
"금리인하 기대 말라 경고한 이유
유가·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커"
13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에 머물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블룸버그TV 화면 캡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에 매서운 경고장을 날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국제유가와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에 자칫 통화정책을 재설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까 봐 걱정했다.

13일(현지시간) 이 총재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3.5%) 수준은 제약적인 영역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지금이 그간의 금리인상 결과를 평가하기 좋은 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 참석 차 미국 워싱턴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국제유가나 우리의 환율에 영향을 주는 미국의 통화 정책 등 고려할 게 많다"며 "금리가 물가를 자동적으로 끌어내릴 만큼 충분히 제약적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서 11일 두 번째 금리 동결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 이후 국제유가 추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 불안이 미국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새로운 '안개(불확실성)'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금통위원 몇 분이 시장의 기대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워닝(warning·경고)'을 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는 "우리의 걱정은 금리를 동결한 상황에서 물가가 내려가지 않아, 우리 통화정책을 다시 설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다시 고강도 긴축을 단행해야만 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우리 물가 경로가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빨리 내려가진 않을 것이고 데이터를 더 봐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라며 매파 발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든다면 반드시 시장에 전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총재는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전달하기 위해 실제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SVB 사태가 한국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다만 '디지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관한 큰 숙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우리는 젊은 세대에 의해 디지털뱅킹이 잘 발달됐다""SVB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면 뱅크런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더 빨랐을 것"이라고 비교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디지털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 한은과 당국의 새로운 과제"라고 정리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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