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민주 전대 돈봉투 논란' 공방…"더불어돈봉투당vs야당탄압 기획"
국힘, 송영길 입장 밝혀야 vs 오히려 野에 이로울 수도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에서는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프랑스에서 귀국해 진실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대적 '야당 탄압 기획'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맞섰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여야 공방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표적 수사라는 반발 기류가 거세지만 다수 현역의원이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어 뒤숭숭한 분위기다. 여당에서는 민주당의 실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의원들 다수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더불어돈봉투당'이라는 조어를 쓰는 등 규탄 메시지를 냈다.
앞서 검찰은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9000여만원의 금품이 살포됐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금품 공여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현직 의원이 10명 이상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우선 민주당은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직후 강선우 대변인이 진행한 브리핑에서도 '돈 봉투 관련 사안에 대한 당 차원의 대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수사 추이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신중론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공개석상에서 의견을 밝힌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실적과 성과를 내기 어려우니 정치적 경쟁 상대의 다리를 부러뜨려서 총선에서 이기려고 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획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하며 민주당 의원의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압수수색 당일에 녹취록이 언론에 풀린 것과 오랜 기간 방치된 정보였다는 점을 꼬집었다.
전 의원은 "녹취 파일 3만 개를 검찰이 오래전에 이미 다 가지고 있는 건데, 그러면 인지한 순간에 바로 수사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그것(녹취 파일)을 쥐고 있다가 정권이 코너에 몰리거나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에 빨간불이 들어오거나 또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을 때 검찰이 등장해서 국면을 전환하고 이슈를 덮어버리는 식으로 이용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과정을 통해 민주당에게 과거 잘못이 있었다면 당연히 끊어내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응천 의원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는 당 차원의 파장을 우려하며 송 전 대표가 직접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당이 169명인데 10명만 돼도 엄청난 것"이라며 "당이 지금 기초체력이 약하고 그나마 상대방 실수로 숨 돌리고 넘어가는 상태인데, 크기는 돈 봉투가 훨씬 더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도청 의혹'을 덮으려는 시도로 쓰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검찰이 민주당 의원들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을 했는데, 참 의아하다"며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2년 전 일을 빌미로 압수수색한 것도 그렇고, 검찰의 제공 가능성이 높은 녹취 파일이 당일 보도 된 것도 검찰의 저의를 의심하게 된다"고 했다.
여당은 민주당의 돈 봉투 의혹이 나오자 맹렬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날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노웅래 의원의 건까지 묶어 '더불어돈봉투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의 초점은 송 전 대표를 향할 것"이라며 "관련된 10명 현역 의원과 도합 40명이 9600만 원을 받았다는 것인데 신빙성이 높은 내용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번 돈 봉투 의혹이 오히려 민주당으로서는 국면전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 의원은 "녹음파일에 이름들이 다 있을 것이고 그 의원들은 다 수사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잘 대응을 하면 완전히 신구 물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어차피 이름이 나온다면 공천을 못 받을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인적혁신을 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송 전 대표 사람들이 현 친명(친이재명)계가 많은데, 이재명 대표 플러스 친명 물갈이를 하면 민주당은 살 것"이라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희숙 의원은 반대로 민주당의 돈 봉투 의혹은 국민의힘에 호재가 된다고 진단했다. 윤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들한테 훔쳐낸 돈이니만큼 도덕적으로 굉장히 형편없는 문제"라며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겠다고 말해야 하는데 검찰의 기획이라 한다. 이건 국민의힘만 도와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홍문표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에 출연해 돈 봉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민주당은 해산해야 한다고 극단적인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만 해도 최측근 다섯 사람이 자살했는데 이것은 대법원까지 갈 일도 아니고 당 대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가 당선된 잘못된 과정이 드러난다면 민주당은 해산해야 한다고 본다. 유지하면 안 된다"고 일갈했다.
이외에도 허은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즉각 윤리위를 소집해 관련자를 징계하고 몸통이 어디인지 밝히라"고 촉구하며 "국민에 먼저 사과하고 참회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요구했다.
김기현 대표 역시 박정희기념관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는 이정근 사무총장의 개인 일탈이라는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귀국해서 진실이 뭔지 국민들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게 정치인 도리"라고 강조했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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