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환, 서슬 퍼런 날을 거두니 비로소 보이는 찐 매력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많은 남자 배우는 군 복무를 전후로 많은 변화를 맞이한다. 입대를 최대한 미루는 특성상 20대에 입대한 배우가 전역 후에는 30대가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년에 가까운 복무기간은 내외적인 변화를 주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군 복무 기간을 거치며 20대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30대의 남성미를 입히곤 한다. 우도환 역시 20대의 끝자락에 입대를 선택했다. 전역 후 촬영한 화보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통해 더욱 강해진 남성미가 느껴졌다.
다만 전역 후 선택한 첫 작품 MBC 금토드라마 '조선 변호사'에서 보여진 우도환의 변화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우도환은 전역 전 다양한 작품에서 무게감 있는 배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별다른 대사 없이도 강렬하게 등장했던 영화 '마스터'를 비롯해 유지태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던 '매드독', 첫 사극에 도전한 '나의 나라', 이 밖에도 '구해줘', '사자' 등 우도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진중하고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조선변호사'에서 우도환이 맡은 외지부 강한수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없는 가벼움이 느껴진다.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강한수는 어디를 가든 송사를 일으키고 다닌다. 또한 딱한 사정을 가지고 송사를 해달라는 백성들에게도 돈을 요구하고 자신을 겁박하는 제조 영감 앞에서도 "공짜로 조언을 하냐"며 한결같은 모습으로 일관한다.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우도환의 모습은 익숙하지 않아서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우도환의 대사가 강조된다는 점이다. 현대 시대의 변호사인 외지부가 직업인 강한수는 계속해서 송사에 휘말린다. 송사를 이기기 위해서는 증거와 증인이 필요하다. 이들을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본격적인 재판 과정에서의 변론까지, 대부분의 과정은 우도환의 화술이 중심이 된다. 특히 송사의 흐름을 바꾸는 강한수의 화려한 언변은 그동안 우도환에게서 많이 보여지지 않았던 모습이다. 또한, 이연주(김지연), 동치(이규성) 등 주변 인물과의 케미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우도환의 다채로운 수다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물론 앞서 보여줬던 무게감 있는 모습들도 순간순간 엿볼 수 있다. '조선 변호사'는 매 에피소드 다양한 송사가 펼쳐지며 이를 해결하는 강한수의 모습을 담고 있다.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는 송사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한 강한수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큰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없이 가벼워보였던 강한수는 부모님과 얽힌 인물을 만나고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변화한다. 우도환은 그 변화무쌍한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순식간에 몰입시킨다. 다만, 극의 큰 틀에 영향을 줄 정도로 변화의 폭이 크거나 변화의 주기가 잦지 않기 때문에 '조선 변호사'의 강한수의 가볍고 잔망미 넘치는 캐릭터가 유지된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배우 우도환 이전에 인간 우도환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우도환은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예전에는 날 서 있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맡은 캐릭터들은 전혀 날이 서 있지 않다. 내면도 그렇게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우도환의 말처럼 강한수는 크게 날카로운 캐릭터가 아니다. '마스터'의 스냅백, '구해줘'의 석동철, '매드독'의 김민준, '사자'의 지신 등과 비교해 보면 이러한 특징은 더더욱 잘 드러난다.
캐릭터가 날을 거두자 그를 연기하는 배우 우도환에게 향하는 길은 더욱 쉬워졌다. 그러자 그동안 알지 못하고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매력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우도환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사냥개들'이다. '사냥개들'에서는 다시금 날 선 캐릭터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미 날을 거둔 캐릭터를 통해 우도환의 색다른 매력을 확인한 시청자들에게 다시 날을 세운 캐릭터는 새롭게 다가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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