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0명 중 3명 “일상생활 못할 정도로 절망감”...정신 건강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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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에서 정신건강 진료를 하는 서울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최근 성인 환자를 거의 못 받는다.
배승민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환자 규모나 질환의 정도가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라며 "코로나19이후 정신질환으로 입원하는 소아청소년 비율도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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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으로 외부활동 재개되며 스트레스 표면화
“서울 대학병원 진료 받으려면 대기 6개월~1년”
서울 강남권에서 정신건강 진료를 하는 서울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최근 성인 환자를 거의 못 받는다. 우울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서울에서 소아청소년 정신과 외래 진료를 받으려면 1년은 대기가 기본이다.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입원하는 전국의 정신과 보호 병동은 빈 병실이 없을 정도다. 배승민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환자 규모나 질환의 정도가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다”라며 “코로나19이후 정신질환으로 입원하는 소아청소년 비율도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10대 청소년 정신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유행 시기 비대면 수업을 했던 중⋅고등학교가 등교를 정상화하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정신적 스트레스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14일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제18차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 코로나 유행 첫해인 2020년 소폭 줄어들었던 우울감 등 청소년 정신건강지표가 2021년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25.2%까지 떨어졌던 우울감 경험률은 2021년 26.8%에서 지난해 28.7%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28.2%)를 넘어섰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신체활동 등 건강행태 현황을 파악한 자료다. 우울감 경험률은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이 자료를 성별로 구분하면 지난해 남학생의 24.2%, 여학생의 33.5%가 우울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남학생은 1.8%p, 여학생은 2.1%p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스트레스 인지율도 남학생(32.3%→36.0%)로 늘었고, 여학생도( 45.6%→47.0%)로 늘었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사람의 비율이다. 외로움 경험률도 남학생(12.3%→13.9%)과 여학생(19.9%→21.6%) 늘었고, 중증도 이의 범불안장애 경험률도 남학생(9.3%→9.7%), 여학생(15.6%→15.9%) 모두 소폭 증가했다.
10대 청소년 정신건강이 엔데믹 이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부작용이 뒤늦게 나타난 때문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비대면 수업 등으로 또래들과 어울리는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정신 건강이 개선된 것처럼 보였으나, 2021년 이후 외부활동이 점차 재개되면서 숨어있던 질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해국 가톨릭대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를 가지 않으니 초반에는 스트레스가 줄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디지털미디어 쪽으로 놀이가 쏠리면서 고립감, 상대적 빈곤, 박탈감, 우울감이 심해져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10대 청소년 가운데 코로나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늘었고, 이로 인해 가정 불화가 생겨 트라우마가 생겨 내원한 경우도 있다”라며 “SNS를 통해 자극적인 정보들을 접하면서 박탈감이 커진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늦지 않게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인우울증에 비해 소아우울증은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금방 좋아지고, 또 꾸준히 치료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라며 “소아의 경우 성인보다 정신질환의 재발율이 높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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