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의 시론]尹 ‘자유 대연합’ 없인 총선 필패한다
여당 존재감 없고 갈수록 위축
이재명 리스크 야당에 뒤처져
정권심판론과 물가고 큰 부담
미워도 이준석 안철수 붙잡고
야당 아우르는 열린 정치 중요
여소야대 탓 말고 기반 넓혀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소설로도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의 맨 끝에 나오는 기도문은 ‘동료의 죽음은 그대가 속한 집단을 작아지게 하나니…죽은 자를 위한 조종(弔鐘)은 살아남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는 취지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지만, 이 간결한 문구는 시공을 넘어 울림을 준다. 윤석열 정권은 1년 만에 이준석·나경원·안철수 등을 내치고 일사불란한 체제를 갖췄다. 그러나 기반은 위축되고 정책은 무력하다. 윤심을 동원해 세운 김기현 체제는 존재감도 안 보인다. 내일 총선을 한다면 이재명의 야당에 3 대 5로 진다는 여론조사가 속출하고, 벌써 비대위 전망까지 나온다. 반윤·비윤의 볼멘소리는 결국, 윤 정권의 상실을 애도하는 곡소리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의(大義)가 불법과 위선과 포퓰리즘 선동에 밀리는 듯한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집권 환경이 최악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국회와 대법원이 이렇게 정권에 적대적인 적은 없었다. 공영의 탈을 쓴 편파 방송, 기득권 노조와 타락한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전 정권의 알박기 인사와 정책 대못도 여전히 곳곳에 버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 앞에서 멈춘다. 지도자는 남 탓을 할 권리가 없다. 문제를 해결할 책무가 있을 뿐이다. 윤 대통령도 여소야대 국회 핑계를 대면 안 된다. 1년 뒤 총선에서 이긴 뒤 국정을 제대로 펼쳐보겠다는 발상은 더 위험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총선 승리도 꿈꿀 수 있다.
지금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가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윤 대통령은 법치에는 달인이지만 정치에는 문외한이다. 법치는 원칙의 집행, 정치는 양보와 타협이라는 점에서 상극이다. ‘뼛속까지 검사’라는 윤 대통령은 퇴임 때까지 정치를 체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내년 4·10 총선은 윤 정권 명운은 물론 국가 전반에 근원적 영향을 미칠 ‘재정렬선거(realigning election)’에 해당한다. 야당 전략은 뻔하다. 무한 포퓰리즘이다. 이재명 리스크는 어떻게든 해소할 것이다.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은 정권 심판론이 작동해 여당에 불리하다. 고물가 등 경제상황도 역풍으로 작용하는 사면초가 상황이다.
최악을 피할 기회는 아직 있다. 정치공학 차원에서 선거의 핵심 변수는 구도와 세력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자유’의 대의에 동의하는 세력의 대연합을 이뤄내고 ‘자유’를 삭제하려는 세력을 포위한다면, 구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이준석과 안철수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성격이 판이하고 상호 불신이 심각했지만, 민주화를 위해 흔쾌히 손잡았다. ‘텐트 안에서 바깥으로 오줌을 누게 하는 것(pissing out)이 바깥에서 안으로 누게 하는 것(pissing in)보다 낫다’는 미국 정치 속담도 있다.
야권도 ‘포섭’할 수 있어야 한다. 삼고초려 진정성이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의 노예제도 폐지 개헌(수정헌법 제13조)을 위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을 집요하게 회유·협박했다. 그래서 ‘가장 순수한 사람이 부패한 방법으로 통과시킨 가장 위대한 법안’으로도 불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링컨’은 그런 권모술수와 지도자 고뇌를 잘 그려냈다.
세력 확장에 나서면 당장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득권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 정치적 공간이 생긴다. ‘윤핵관’ 몇 사람이 불출마 선언을 한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변화는 지지 기반을 다지고 넓히며, 다시 국정 동력을 키운다. 이런 선순환이냐, 정반대의 악순환이냐. 윤 대통령의 정치에 달렸다.
링컨은 물론 윈스턴 처칠, 마거릿 대처, 로널드 레이건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정치지도자들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급부상해 집권했지만, 초기엔 한결같이 취약한 기반과 개혁 반발로 심각한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엄청난 소통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윤 대통령도 초기 어려움을 단련과 전화위복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대연합을 위한 열린 정치가 필요하다. 다닥다닥 붙은 기둥들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기둥들이 더 큰 지붕을 만들고 더 무거운 하중을 떠받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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