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미 도청 “터무니없다”더니…“확정한 바 없다” 발 빼기

이본영 2023. 4. 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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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기밀 문서 유출로 불거진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도청 논란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정부는 도·감청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도·감청이 없었다고 정부가 확정하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정부도 확정하지 않았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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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임기가 시작된 2022년 5월10일, 청와대에서 옮겨온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미국 국방부 기밀 문서 유출로 불거진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도청 논란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정부는 도·감청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거나 악의적 도·감청은 정황은 없다던 입장을 바꿔 도·감청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현지시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도·감청이 없었다고 정부가 확정하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정부도 확정하지 않았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아직 (도·감청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밀 유출 혐의로 미군 일병이 체포된 것은 정부가 문서가 조작됐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지 않냐’는 물음에는 “많은 부분은 시간이 걸려서 미국이 알아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도·감청 여부는 “미국 쪽도 아직 확인하지 못 하고 있다”며 “상대방이 우리에 대해 정보 활동을 할 수 있는 개연성은 어느 나라나 있다. 우리도 그런 활동을 안 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그런데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악의를 가지고 (도·감청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은 도·감청 사실이 드러난 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우리를 도·감청했다고 확정할 만한 단서가 없다는 얘기”이며 “현재까지 악의적 행동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한다는 얘기였다”고 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13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논의 내용이 이메일 등을 통해 도청당했을 가능성을 두고는 “사무실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고, 그 사람이 얘기하다 전언을 전해들을 수 있는 것”이라며 “너무 다양한 변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미 국방장관이 문서가 상당 부분 위조됐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힌 것은 “공개된 자료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한 설명이라고 말했다.

문서에 ‘시긴트’(전자장비를 이용한 도·감청)가 정보 출처로 적혀 있다는 지적에도 같은 설명을 되풀이했다. 이 고위 당국자가 미국의 도청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근거도 없이 도청은 없었다고 주장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고위 당국자는 미국 정부 인사들은 “동맹에게 큰 누를 범한 것 같다”고 하고 “굉장히 곤혹스러워하고 미안한 기색도 역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감청을 인정한 게 아니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앞두고 “한국에서 왈가왈부하는 여러 가지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문서 유출로 핵심 관심사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에서는 의제가 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지난 수개월 동안 한·미 양국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결정을 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왔다”고 말했다. 또 북핵 대응에 대해서는 “정말로 국민들이 봤을 때 체감할 수 있는 종합적인 확장억제력이 이제 그림이 그려졌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미 사이버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문서가 발표되고, 원자력 협력도 논의된다고 했다. 한국의 반중 안보 협력체인 쿼드(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가입 문제를 놓고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더 많은 나라들이 포괄적으로 (협력 문제를) 다루는 곳이 됐다”며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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