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 열풍에 불법 골프장 기승…영남권 ‘둘 중 하나꼴’
조성 비용에 복구 비용까지…예산·행정력 낭비
(시사저널=지종간 영남본부 기자)
경남ㆍ대구ㆍ경북 등 영남권 강 둔치에 설치된 74개소의 파크골프장 가운데 46개소가 하천 점용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임의로 면적을 늘리는 등 불법으로 조성된 것으로 낙동강유역환경청 조사결과 드러났다.
남강 둔치에 모두 7개의 파크골프장이 조성된 경남 진주시의 경우 하대 둔치와 금산 송백 등 2곳을 제외하고는 5곳 모두 무허가다. 또한 낙동강 둔치의 김해 4개소, 창녕 3개소, 양산 2개소 그리고 황강 둔치의 합천 2개소, 거창 1개소 등도 불법으로 조성된 파크골프장이다. 창원의 한 파크골프장은 허가 면적보다 넓게 확장했다가 적발됐다. 대구 경북지역도 낙동강ㆍ금호강변 등에 설치된 5곳의 파크골프장이 무허가이거나 허가 기준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강 둔치를 중심으로 불법 파크골프장이 최근 부쩍 늘어난 것은 먼저 파크골프를 즐기는 동호인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경남의 경우 몇 년 전 만 하더라도 전 시ㆍ군을 합해 5000여 명에 불과했던 파크골프 인구가 지금은 3만 명이 넘을 정도라는 게 파크골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긴 기간이 소요되고 까다로운 환경영향 평가 등을 건너뛰어 불법인 줄 알면서도 하천부지에 무리하게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랜기간 퇴적토가 쌓여 있는 강 둔치는 잔디 식재가 쉽고, 간이화장실 등 몇몇 편의 시설만 갖추면 바로 이용할 수 있기에 일부는 생태공원이란 이름으로 편법 설치가 가능해졌다.
이런저런 유형의 불법 파크골프장 조성이 증가한 이유를 지자체장의 '표'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파크골프 인구가 급증하다 보니 파크골프장 확충이 단체장의 역량과 직결된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많은 회원을 확보한 동호인단체의 요구를 지자체가 거절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수용했다는 지적이다.
환경청, "6월 말까지 원상복구 안 하면 고발 조치"
현재 영남권 불법 파크골프장 46곳 가운데 절반인 23개소는 원상복구 조치를 받고도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노승철 팀장은 "오는 6월 말까지 원상복구 하지 않으면 모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어르신들이 즐기는 스포츠인 점을 고려해 복구 후 상수원보호구역 등 아예 설치 불가능한 지역이 아니면 1만 제곱미터 이상 대상 사업은 환경영향 평가를 받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파크골프도 생활체육에 포함시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논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4일 현재 관련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지자체들의 공식 요청이 환경청에 접수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분별한 파크골프장 난립은 결국 행정 불신과 환경문제를 야기했고, 원상회복에 나서도 처음 조성 원가에 복구비까지 이중으로 예산이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지역은 이미 설치해 놓은 불법 파크골프장을 원상 회복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서 양성화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다. 또다른 일부지역은 일시적 운영중단과 관리에 치중하면서 정식 허가를 대비하는 모습도 보인다.
강 둔치에 주로 설치된 파크골프장은 평일도 이용객이 많은 편이지만 주말과 휴일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일반골프장에 비해 우선 접근성이 좋은데다 사용료마저 저렴하고 기본적인 요령만 익히면 누구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잔디를 밟으며 건강을 다지고 재미까지 더하니까 요즘 중장년층에게 파크골프는 큰 인기다. 하지만 인기와 별도로 불법 파크골프장 문제는 영남권뿐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므로 철저하고 신중한 관리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강 둔치는 태풍이나 폭우 등 기상이변 때 범람 우려가 있어 안전사고 위험도 있지만 간이화장실 등 시설물들이 모두 강으로 떠내려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또 가까이 상수원보호구역과 접하는 경우가 많아 하천부지 점사용 허가나 환경영향 평가 때 신중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해당 지자체들이 파크골프장 설치를 위해 하천법을 개정해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생활체육회 박해연 박사는"중장년층들이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야외 스포츠로 최근 '파크골프'만한 게 없다 보니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며 "은퇴 세대 등 중장년층이 운동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힐링스포츠를 개발 보급하는 것도 정부나 지자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불법과 부작용 우려를 뒤로하고 파크골프장 조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영남권의 경우 경상남도는 4년동안 사업비 240억원을 들여 12곳의 파크골프장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는 내년 금호강 주변에 82억여원의 사업비로 6곳의 파크골프장을 설치할 계획이며, 울산시 등 다른 지자체도 파크 골프장 조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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