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민주당 돈 봉투 의혹과 386정치 몰락

2023. 4. 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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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일파만파다.

피의(被疑) 사실은, 민주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국회의원,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을 대상으로 40여 명에게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까지 모두 9400만 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의 핵심은, 과연 송 전 대표가 불법 돈 봉투 전달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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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일파만파다. 피의(被疑) 사실은, 민주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송영길 후보 캠프에서 국회의원,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을 대상으로 40여 명에게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까지 모두 9400만 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검찰은 돈 봉투를 받은 현역 의원만도 1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수사 대상이 늘어나면서 민주당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파리에 머물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는 이번 수사에 대해 정부가 최근의 정치적 수세를 벗어나려는 국면 전환용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미 인지된 사건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수사를 개시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흥미로운 점은, 민주당이 돈 봉투 전달 사실 자체를 허위라고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시 선거 결과를 보면, 송 후보가 35.6%로 2위인 홍영표 후보의 득표율(35.01%)보다 겨우 0.59%포인트(p) 앞선 치열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선거 캠프에서 득표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을 개연성이 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의 핵심은, 과연 송 전 대표가 불법 돈 봉투 전달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일 것이다. 송 전 대표가 알고 있었다면 당연히 법적 책임을 묻게 되겠지만, 몰랐다 하더라도 측근들을 제대로 관리 못한 책임이 크다.

이번 사건을 통해 386세대 정치 집단의 몰락을 확인하게 된다. 대표 주자인 안희정·김경수 전 지사의 형사처벌에 이어 송 전 대표 측근의 불법행위는 민주화의 주역을 자부하던 386 정치 세력이 더는 개혁의 아이콘이 아니며, 도덕적 우월성을 가진 집단도 아님을 각인시켜준다. 386 정치인들이, 매표행위라는 구태 정치인들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는 고인 물이 돼 버린 것이다.

이번 돈 봉투 사건은 ‘현금 전달’만이 문제가 아니다. 강래구 당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돈 봉투를 마련하기 위해 8000만 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송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된 뒤에는 금전적 기여에 대한 보답이 따른다. 강 씨의 사재가 아니라면 그 돈을 마련해준 누군가에게도 당선 이후 사례가 있었을 것이다. 이 보상 과정에서 또 다른 비리가 있게 마련이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기득권에 익숙한 보수는 물질 탐닉에 빠지고, 진보는 내부 의견 충돌로 인해 결국은 갈라서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 부패 문제가 심각하고, 보수 진영에서 내부 갈등이 심각한 양태를 보임으로써 지지자들의 실망을 키우고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최근 검찰의 정치인 비리 수사는 민주당에 집중돼 있다. 이번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검찰은 금품 제공자들만을 대상으로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차후 돈 봉투를 받은 이들도 조사하는 단계에 이르면 훨씬 많은 민주당 관계자가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것이다. 이미 노웅래·기동민·이수진 의원은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기소된 상태다.

국민은 정치자금과 관련된 불법행위가 민주당에서만 행해졌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검찰은 편파 수사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숙고해야 할 것이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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