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통파 지휘자… 독일 근본사운드 집중”

이정우 기자 2023. 4. 14. 11: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독일 거장 지휘자’ 마렉 야노프스키 내한
슈만·브루크너 등 고전 천착
“현대음악은 젊은 지휘자 몫”
22일 KBS교향악단과 무대
베토벤·브람스 교향곡 선봬
조성진 협연자로 발탁 인연도
“언제든지 함께하고픈 연주자”

“독일 고전주의 음악에 집중하는 이유요? 여전히 보다 근본적인 사운드를 찾고 싶어요. 현대 음악은 나보다 더 젊은 지휘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렉 야노프스키는 독일 음악의 정통성을 고수하는 보수적 성향의 지휘자로 손꼽힌다.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들이 앞다퉈 레퍼토리를 넓히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최근의 경향과는 달리 그는 여전히 베토벤과 브람스, 슈만과 브루크너를 들려준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에서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던 그는 현재 드레스덴 필하모니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다.

오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KBS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야노프스키를 13일 그가 체류 중인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났다. 야노프스키가 국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은 처음이다. 84세의 고령인 그는 자신이 독일 정통 클래식에 천착하는 이유를 신중하지만 거침없이 밝혔다.

폴란드 출신인 야노프스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외가가 있는 독일로 이주한 후, 당대의 명지휘자 볼프강 자발리쉬에게 지휘를 사사했다. 그는 “나의 뿌리가 독일이기 때문에 독일 음악을 연주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19세기 음악이 가장 독일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야노프스키는 스트라빈스키, 버르토크, 쇼스타코비치 등을 언급하며 “젊었을 땐 20세기 이후의 음악도 많이 연주했지만,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사운드를 찾고 싶고, 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구세대에 속한 사람이에요. 20세기 이후 현대 음악은 나보다 젊은 지휘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노프스키는 특히 가장 근본적인 독일 사운드를 들려주는 음악가로 베토벤을 꼽았다. 그는 “베토벤은 형식적으로나 표현적으로나 작곡의 판도를 완전히 뒤엎은 작곡가”라며 “교향곡과 실내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세기를 넘어 후대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19세기 독일 음악이 가진 짙은 음향을 들려주는 동시에 아름다운 선율미를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는 야노프스키는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2번과 브람스 교향곡 2번을 들려준다. 야노프스키는 베토벤 2번에 대해 “고전 양식에 대해 베토벤만의 해석을 보여준 과도기적 시점의 작품”이라고 했고, 브람스 2번에 대해선 “베토벤을 계승하면서 자신만의 관현악법을 구축한 브람스의 스타일이 이 작품에서 꽃피웠다”고 설명했다.

야노프스키는 이날 조성진과의 특별한 일화도 전했다. 그가 2011년 베를린방송교향악단과 내한했을 때, 오디션을 통해 조성진을 협연자로 발탁한 것. 그는 “17살이었던 조성진은 당시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우 재능이 많은 피아니스트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음악적으로 공부를 많이 하고 레퍼토리 측면에서도 훌륭하게 음악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조성진과는 어떤 레퍼토리라도 언제든지 작업하고 싶어요. 이 얘기를 꼭 그에게 전해주면 좋겠네요.”

문득 대가가 지휘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음악을 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내겐 지휘였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흡사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스러운 대답. 그는 “음악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나는 항상 음악을 하고 싶어 했다”며 “삶에 있어서 음악과 함께 가기 위한 가장 쉬운 길이 내겐 지휘였다”고 덧붙였다.

야노프스키의 또 다른 특징은 지휘자로서 첫걸음을 오페라로 시작한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라는 점이다. 그는 “오페라 지휘는 기술적 기반이 굉장히 필요하다”며 “오페라 지휘자로서의 경험은 관현악을 지휘하는 데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페라는 관현악보다 복잡해요. 오케스트라 외에 무대 위 성악가와 합창단의 움직임 등 신경 쓸 게 많죠. 변수가 많다 보니 오페라 지휘를 경험해보지 않은 지휘자보다 반응 속도나 순발력이 빨라질 수밖에 없어요.”

야노프스키는 일본 도쿄(東京)에서 매년 열리는 스프링 페스티벌에서 ‘바그너 시리즈’를 진행 중에 있다. 이번 내한 전엔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공연했다. 한국에서도 그가 지휘하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들을 수 있을까. “바그너를 무대에 올리는 건 육체적으로 매우 고된 일이에요. 제가 10년만 젊었어도 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