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대마’ 한모금에 마약 위한 삶 돼 버렸다 [어쩌다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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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첫 시작은 가벼웠다.
중독이 된 후에는 '마약을 위한 삶'이 이어진다.
사실 한국은 8년 전 이미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경찰은 이번 범죄가 마약과 보이스피싱을 결합한 신종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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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서민 누구나 ‘감당할 수준’
한번 중독되면 순식간 일상 파괴
“사촌 형이랑 고민 상담을 하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지금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별일도 아니었죠. 심리 치료에 좋다면서 액상 대마를 줬어요. 술 취한 상태였고, 궁금해서 한 모금 했죠.” (마약 재활 치료 중인 20대 황모씨)
2020년 1월, 첫 시작은 가벼웠다. 술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건네졌다. 몸이 편안해지고 음식이 맛있게 느껴질 뿐 딱히 중독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음은 이른바 ‘브액’이라고 불리는 합성 대마였다. 그다음은 LSD, 엑스터시였다. 황씨는 ‘브액’과 엑스터시에 젖은 채로 3년을 보냈다. 월급 270만원 중 200만원을 마약 구매에 썼다. 일상 생활이 불가능해져 다니던 직장에서도 해고됐다. ▶관련기사 3·20면
또 다른 중독자 김모(29)씨는 2021년 11월 필로폰을 끊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오히려 다른 약물에 중독됐다. 검사 과정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아 얻게 된 처방약에 중독된 것이다. 각성 효과가 있는 메틸페니데이트 때문이었다. 김씨는 아껴뒀다가 한꺼번에 복용하거나, 내성이 생겨 약이 부족하다며 처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ADHD 약을 오남용했다.
ADHD약 중독 상태가 이어지니 병원에서 진행되는 마약 치료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씨는 결국 퇴원 일주일 만에 필로폰을 다시 시작했다. 이들은 현재 마약(약물) 중독치유재활센터 경기도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에서 수개월째 회복 중이다.
손만 뻗으면 마약이다. 주변인 권유로, 몸이나 마음이 아파 약을 먹다가 시나브로 중독된다. 중독이 된 후에는 ‘마약을 위한 삶’이 이어진다. 버는 돈을 모두 마약 구매에 쏟아붓는다. 마약에 취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대검찰청의 월별 마약류 사범 단속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8395명으로 2011년 9174명에서 12년 만에 2배로 뛰었다. 사실 한국은 8년 전 이미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2015년 1만1916명의 마약 사범이 잡히면서 유엔 마약 청정국 기준인 총 인구의 ‘0.02%’ 벽이 깨졌다.
최근에는 마약이 범죄 도구로 사용될 정도로 흔해졌다. 복용이 목적이 아니다. 성범죄, 금품 갈취, 살해 등 범행 도구로 쓰인다. 지난 2~3일 강남 일대에 배포된 ‘마약 음료수’에는 필로폰 성분이 들어있었다. 마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미끼로 협박해 돈을 갈취하려던 일당의 소행이었다.
경찰은 이번 범죄가 마약과 보이스피싱을 결합한 신종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비슷한 시기 강남에서 발생한 납치·살해 사건에도 마약이 사용됐다. 피해자를 납치해 살해하는 과정에서 마약 성분 마취제가 주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이 일상에 스며들게 된 데는 접근성 확대가 한 몫했다. 메신저만 깔면 스마트폰으로 소매상들을 곧바로 접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져 가격도 떨어졌다. 대마 1g은 15만~20만원 상당. 1g에 3~5회 가량 흡연이 가능하니 회당 2만~3만원 꼴이다. ‘치킨값’이다. 필로폰은 1g에 60만원이다. 중독자의 1회 투약분(0.08g)을 감안하면 회당 5만원 수준이다. 엑스터시는 1정에 15만원 정도다. 이들 약물은 대량으로 구매할수록 가격도 떨어진다. 중독자일수록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순도가 떨어지는 불량 마약은 이보다 더 저렴하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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