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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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지! 이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당연하다'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조금 나이가 든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당근 역시 중국에서 건너온 뿌리채소라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는 당연히 '당근'이란 말을 안 쓴다.
당근을 일본에서는 '닌진(にんじん)'이라 하는데 그 한자를 보면 놀랍게도 '인삼(人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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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지! 이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당연하다’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조금 나이가 든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PC 통신 시대의 유행어였는데 아직도 가끔씩 쓰이니 그 뿌리가 깊은 편이긴 하다. 요즘 사람들은 ‘당신의 근처’를 줄인 온라인 중고거래를 떠올리는 이가 더 많을 것이다. ‘당근과 채찍’도 두루 쓰이니 누구나 접해본 말이자 채소이긴 하다.
당근은 단맛이 좀 강한 뿌리채소이니 한자로는 ‘糖’을 떠올리기 쉬우나 ‘唐’을 쓴다. 당면(唐면)에서 알 수 있듯이 ‘唐’이 앞에 쓰이면 중국에서 유래한 것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당근 역시 중국에서 건너온 뿌리채소라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는 당연히 ‘당근’이란 말을 안 쓴다. 중국에선 무를 뜻하는 ‘나복(萝卜)’ 앞에 오랑캐를 뜻하는 ‘호(胡)’나 붉은색을 뜻하는 ‘홍(紅)’을 붙여 쓴다. 우리말에서 ‘胡’는 중국을 가리키기도 하니 당근의 다른 말인 ‘홍당무(紅唐-)’는 중국어의 두 말을 모두 합친 것이기도 하다.
당근을 일본에서는 ‘닌진(にんじん)’이라 하는데 그 한자를 보면 놀랍게도 ‘인삼(人蔘)’이다. 당근이 일본에 전래됐을 때는 잎의 모양을 보고 ‘미나리 인삼’이라고 불렀는데 어느 순간부터 미나리를 뗀 ‘닌진’이 곧 당근을 가리키게 됐다. 그러다 보니 진짜 인삼은 ‘조선인삼’ 또는 ‘고려인삼’으로 구별해 부르게 됐다.
예쁜 색과 단맛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향 때문에 당근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삶은 뒤의 물컹한 식감이나 애매한 단맛을 접하면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모든 채소가 그렇듯이 골고루 먹으면 몸에 이롭다. 향이 낯설더라도 인삼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친해지면 그 또한 보약이 될 것이다. 당신의 근처에 있는 중고물품과도 가까워지는 것이 좋겠다. 파는 이나 사는 이 모두가 좋을 뿐만 아니라 자원 재활용과 지구환경 보호에 좋은 건 ‘당근’이니 말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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