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외교 강점은 미래 협력...한미 과제 협상력 발휘할 것” [김진표 국회의장 헤경-KH 공동 인터뷰]
의회 외교는 방향성 제시
의회 외교 중요성 강조
6월 美 의회 방문 통해
한미 의원 네트워크 강화
한미 의원연맹 적극 활용
美 정책 변화에 신속 대응
선거제 개편 성공조건
조속한 선거구 획정
다양성·비례성·대표성
위성정당 출현 방지
김진표 국회의장은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 공동 인터뷰에서 의회 외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김 의장은 의회 외교와 정부 외교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의회 외교의 강점을 ‘미래 협력’으로 꼽았다. 정부 외교는 당장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이 크지만 의회 외교는 장기적인 과제에 대응해 주요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6월 미국 의회를 방문할 예정인 김 의장은 한미·미한 의원연맹을 결성해 앞으로 미국 의회에서 추진할 입법정책에 한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고 미국의 주요 정책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아울러 김 의장은 정치권 최대 현안인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조속한 선거구 획정 ▷다양성·비례성·대표성 제고 ▷위성정당 출현 방지 등을 ‘3대 성공 조건’으로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거제 개편을 위해 19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를 구성했다. 배경과 의미는.
▶과거에는 선거법 개정이 여야 지도부의 지시에 의해 사실상 밀실에서 양대 정당이 타협하면서 진행했다. 국민들은 어떤 내용이 논의되는지를 몰랐다. 이제는 그런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선거제도 자체가 복잡하고 선거 결과가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여야는 선거법 개정을 선거 직전이 돼서야 급하게 해왔다. 선거제도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를 못하고 예상대는 시나리오도 분석하지 못하며 허겁지겁 선거제도를 만들어 온 것이다. 지난 번 선거에서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위성정당이라는 괴물까지 만들어졌다.
이제 선거제도를 국민 앞에 다 드러내고 해야 한다. 그래서 공개적인 전원위를 구성해서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정치 개혁의 출발은 ‘정치의 구성’을 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구성을 잘못된 방법으로 하면 모든 정치가 출발부터 왜곡된다.
-전원위 성공 조건은.
▶선거제 개혁의 성공기준으로 다음 세 가지를 모두 이루어낸다면 크게 성공한 것이고, 일부만 이루어낸다고 해도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첫째 조속한 선거구 획정이다. 법으로 정해진 선거구 획정 기한(4월 10일)은 지났지만 전원위 토론에 이어서 4월·5월 중에 선거제 개편이 완료된다면 이 자체로도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둘째 다양성·비례성·대표성을 제고하는 선거제 마련이다. 국회 운영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다. 승자독식·극한대립 정치를 거둬내고 협치의 제도화를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를 마련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와 미래는 확연히 바뀔 수 있다.
마지막 조건은 위성정당 출현 방지책 마련이다. 거대양당의 독점정치를 강화하고 진영 전사를 육성하는 것으로 드러난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을 수 있도록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개헌 의지도 강했다. 개헌 추진 시기는.
▶개헌의 시한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여야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을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선거제 개혁에 여야가 합의를 이루어내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낸다면 국민들도 신뢰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런 합의의 분위기를 개헌 추진을 위한 중요한 동력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법 개정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개헌을 추진할 예정이다. 선거법 합의 개정은 정치권의 상호신뢰를 높이고 협치 분위기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해 개헌동력으로 이어가야 한다. 내년 총선에 맞춰서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개헌 추진 방안은.
▶현행 헌법은 헌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의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다. 정치권이 개헌에 대한 뜻을 모아도 이를 개헌안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절차가 정해져 있지 않다. 추진 일정·논의방식·국민 의견수렴절차 등 명확성이 부족해 국민에게 개헌에 대한 믿음도 주지 못하고 있다.
개헌의 시기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개헌과정을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개헌절차법’을 마련해 이를 근거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개헌은 국민적 공감이 필수이기 때문에 국민 공론을 모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과거 고리 원전과 관련한 공론화 작업이 성공한 사례를 참고해 개헌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헌법이 그대로다. 세계에 유례가 없다. 헌법을 고치는 절차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상 여야가 완전히 합의를 해야 국회를 통과하는데 이어서는 국민투표에서 과반 참석과 과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경성 헌법’이라고 말한다.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현재까지 헌법을 64번 고쳤다. 한 해에 4번을 고친 적도 있다.
국민이 동의하면 개헌을 위해 국민투표까지 갈 필요가 없다. 국민투표라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경영의 기본골격을 다 정하기는 쉽지 않다.
-개헌 범위는.
▶개헌이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점에서 이번에 추진하는 개헌은 시대 변화와 미래를 담을 수 있도록 대통령도, 여야도, 국민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개헌해야 한다.
이미 여러 가지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들이 공감하는 개헌 내용들이 있다. 예를 들면 아직은 우리나라가 내각책임제를 하기는 아직 어렵고 대통령제로 가되 5년 단임제는 문제가 있으니 4년 중임제로 가자는 것이다. 또 총리 임명 절차를 개선해 대통령이 복수의 총리 후보를 추천하고 국회에서 임명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은.
▶우리가 독자적인 핵을 개발한 다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탈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더 큰 손실을 갖고 올수 있다. 현실적 방안은 한미동맹의 핵우산, 최첨단 전략자산을 활용해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확실히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작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국회를 방문했을 때에도 북핵 위협 수위가 높아지는 점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은.
▶외교에서는 먼저 양보하는 것처럼 힘든 게 없다. 50개를 얻어야 50개를 내주는 것이 외교다. 이런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윤 대통령이 통큰 결단과 양보를 한 것이 맞다. 여기서 빛을 보려면 더 강하게 일본을 몰아붙여 요구하고 일본의 사과와 함께 한일 관계의 여러 현안에 대해 외교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것을 빨리 받아내 우리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여름쯤으로 알려진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방한 때 한층 진전된 화답이 나올 수 있도록 물밑 교섭을 이어가야 한다. 기시다 총리의 의견으로 분명한 사과 의사 표시가 나와야 한다. 또한 정부가 피해자·유족을 만나 ‘그간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위로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돼야 한일 관계의 미래가 풀릴 것이다.
-6월 예정 미국 순방 외교 의미와 목적은.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이다. 우리 국회는 지난 2월 24일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양국 관계 지속 발전 촉구 특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핵심은 한미· 미한의원연맹 결성이다.
미국과는 공식적인 의회외교 채널이 없다. 일본의 경우 ‘72년 양국 의원연맹을 꾸렸고 중국은 지난해 한중의원연맹을 결성했고, 4월 중 중한의원연맹이 출범할 예정이다. 6월 중 미국을 방문해 양국 의회 간 교류 활성화 및 의원연맹 창설을 추진할 생각이다. 방미 기간 중 ’한미동맹 70주년 결의안‘을 채택하고, 하반기 내로 미국 내 미한의원연맹을 결성할 수 있도록 촉구할 계획이다.
한미·미한연맹을 출범한다면 새로운 의회외교의 틀을 마련할 뿐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지 모를 ‘제2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미리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미국은 IRA 외에도 반도체 지원법·바이오 이니셔티브 등을 통해 주요 산업의 ‘차이나 디커플링’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부 외교와 다르게 의회 외교가 중요한 이유는.
▶의회 외교와 정부 외교는 조금 궤를 달리 한다. 정부 외교보다 의회 외교가 강점이 많다. 정부 외교는 상대 쪽에서 당장 상응하는 반응에 따라 한쪽만 당했다는 문제제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의회 외교는 현실적으로 당장 성과를 내는 약속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에 대해 양국의 국민을 대표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정부 외교는 빠른 시일 내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의회 외교는 큰 방향을 같이 설정하고 협력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다. 정치인이 실천적인 약속을 구체적으로 조문화 못해도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다음달 9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년이다. 윤석열 정부 1년을 평가하면.
▶어려운 여건이었다. 정치적으로 여소야대고, 사상 최소 득표차로 정부를 구성한 것 등이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또 경제적으로도 외환위기, 금융위기 그리고 남북간 긴장이 높았던 시기 등 제각각 겪었던 일들이 지금은 한꺼번에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힘든 시기에 낮은 지지율로 시작한 정부라서 여러 가지가 어렵다는 것은 인정한다. 1년이라는 기간을 놓고 평가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성과보다 시도만 있었던 시기다.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강문규·이승환 기자, 코리아헤럴드=조정은·김아린 기자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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