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오사화 유자광 ‘희대 간신’인가 ‘시대 희생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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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 4년인 1498년, 유자광은 김일손이 사초에 실은 김종직의 '조의제문'이 사실 세조를 비방한 글이라며 주석까지 달아 연산군에게 아뢴다.
무오사화의 주동자인 유자광은 임사홍, 원균 등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간신으로 꼽힌다.
하지만 유자광은 사실 간신이었다기 보다 신분의 한계 때문에 차별받았던 그 시대의 '희생양'이 아니냐는 관점도 있다.
실제로 유자광은 성종 때 특진관으로 경연(조선시대 왕의 공부)에 참여했고, 사신으로 두 차례나 명나라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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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직이 세조를 비방하는 부도덕한 죄는 마땅히 대역으로 논해야 합니다. 그가 지은 글(조의제문)도 세상에 남기는 것이 마땅치 못하니, 다 소각해 버리소서”〈연산군 일기 발췌〉
연산군 4년인 1498년, 유자광은 김일손이 사초에 실은 김종직의 ‘조의제문’이 사실 세조를 비방한 글이라며 주석까지 달아 연산군에게 아뢴다. 당시 연산군은 어머니 폐비 윤씨를 복위하는데 입바른 소리를 했던 사림파가 눈엣가시였기에 김일손 및 사초와 관련한 사림파 무리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는데, 이것이 바로 조선시대 최초의 사화인 ‘무오사화’다.
무오사화의 주동자인 유자광은 임사홍, 원균 등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간신으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자광은 자신을 발탁해 준 세조부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 등 다섯 왕을 섬겼던 ‘처세의 달인’이었다. 하지만 유자광은 사실 간신이었다기 보다 신분의 한계 때문에 차별받았던 그 시대의 ‘희생양’이 아니냐는 관점도 있다.
고(故) 정두희 서강대 명예교수가 그의 제자인 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와 함께 쓴 신간 ‘유자광, 조선의 영원한 이방인’에서는 간신으로만 알려진 유자광의 또 다른 면모를 파헤친다. 얼자(양반과 천민 사이의 자식) 출신의 유자광이 신분의 한계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높은 벼슬을 할 수 없었기에 오로지 임금의 총애에만 기댈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다양한 사료를 통해 보여준다.
저서에 따르면, 유자광은 전 부윤 유규의 얼자로, 문장 실력과 무예가 출중했는데도 중앙 정계에 진출하기 어려웠다. 유자광이 활동하던 16세기 전후는 서얼 차별로 요약되는 ‘유교화 정풍운동’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던 탓이다. 뒷배가 없었던 유자광이 오로지 기댈 곳은 임금의 총애 뿐이었다. 이에 누구보다 먼저 임금의 의중을 읽고, 과감하게 그의 마음에 드는 말과 행동을 하는 승부사가 됐다.
유자광은 세조의 발탁으로 중앙 정계에 진출한 이후 새로 왕위에 오른 임금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권력 기반이 약했던 예종에게는 개국 공신이자 외척인 남이 장군을 고발했고, 성종 때는 대왕대비 뒤에 있던 한명회를 역모죄로 탄핵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유자광의 이같은 노력은 두 번의 공신 책봉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대간(臺諫, 삼사)의 표적이 되어 무려 107회 이상의 탄핵을 받았다.
저자들은 유자광이 비록 권력 지향적이었고, 무오사화의 단초를 제공하는 등 정치적 과오가 있긴 하지만, 사림들의 비난 때문에 그의 경륜과 능력이 파묻혔다고 지적한다. 그는 ‘권력의 풍향’에만 민감했던 것이 아니라 실무 능력이 뛰어나고 정사에도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유자광은 성종 때 특진관으로 경연(조선시대 왕의 공부)에 참여했고, 사신으로 두 차례나 명나라에 다녀왔다. 사신으로 다녀오는 길에는 압록강변 국경의 요충지인 의주를 정비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 갑자사화의 주동자가 유자광이었다는 비난도 사실이 아니었다. 서얼 차별이 극에 달하던 당시 천한 출신의 유자광이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게 싫었던 사림들의 질투에서 비롯됐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결국 중종 2년 죄인의 몸으로 유배를 떠났던 유자광은 조선왕조 내내 죄인의 신분으로 남았다가 무려 400여 년이 지난 순종 때 사면과 복권이 이뤄졌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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