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엄마 vs 키즈 ‘스마트폰 대전’ 승자는

2023. 4. 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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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모이는 저녁 시간,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A(42)씨는 서둘러 저녁밥을 차렸다.

속이 터지는 A씨, 하지만 혹여 사이가 틀어질까 화를 가라앉히고 다시 말한다.

B양은 21세기에 태어난 첫 세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가 이미 존재했던 AI(인공지능) 네이티브, '알파 세대(2010~2024년 출생)'로, 차세대 인구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AI가 존재한, 첫 '디지털 원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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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종이책이 당연한 80년대생 학부모
스마트폰 익숙한 디지털원주민 알파세대
첨단기기 활용한 교육법 두고 첨예한 대립
‘AI와 차별화’ 미래교육의 필요성엔 공감
밀레니얼 세대(1980년~1990년대 중반 출생) 부모와 ‘알파 세대(2010~2024년 출생)’ 자식이 스마트폰을 두고 벌이는 그들의 전쟁,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휴대폰 좀 그만하고 밥 먹어” “잠만(잠깐만의 줄임말)~ 인스타에 사진 마저 올리고”

온 가족이 모이는 저녁 시간, 오랜만에 일찍 퇴근한 A(42)씨는 서둘러 저녁밥을 차렸다. 하지만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딸 B(12)양은 식탁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날 오후 학원에서 봤던 엽기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며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속이 터지는 A씨, 하지만 혹여 사이가 틀어질까 화를 가라앉히고 다시 말한다. “밥 먹고 하자. 우리 딸~”

요즘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흔하디 흔한 풍경이다. B양은 21세기에 태어난 첫 세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가 이미 존재했던 AI(인공지능) 네이티브, ‘알파 세대(2010~2024년 출생)’로, 차세대 인구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을 키우는 부모는 바로 밀레니얼 세대(1980년~1990년대 중반 출생). 그들 역시 웹과 모바일을 두루 경험하긴 했지만 자녀들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스마트폰을 두고 벌이는 그들의 전쟁,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알파 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알파 세대’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정의한 호주 리서치 기업 ‘매크린들연구소’는 최근 저서 ‘알파의 시대’에서 이들이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파워풀한 인구 집단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여파로 알파 세대 인원이 적을 수 있 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20억 명에 달하며 베이비붐 세대를 능가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예측이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AI가 존재한, 첫 ‘디지털 원주민’이다. 덕분에 첨단 기술이나 기기에 익숙하고, SNS로 해외 어디든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하다. 모바일 디지털 기기 영향을 받은 첫 아동 세대다 보니 스크린 중독과 사이버 폭력 등이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사회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해야 할 시기에 코로나 팬데믹을 맞은 불행한 세대이기도 하다.

덕분에 이들은 어느 세대보다 많은 교육을 받고 폭넓은 교류를 하며 오래 살겠지만, 사이버 위협에 노출되고 직접적인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영상으로 많은 것을 받아들이다 보니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학부모 ‘80년생’들은 좀 다르다?!=그렇다면 알파 세대를 양육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가. 세계 최고 경제 호황기에 자란 이 세대는 자동차와 외식, 넓은 주택 등 일상적인 사치에 익숙하다 보니 다른 세대에 비해 낙천적이다. 밀레니얼의 전후 세대인 X세대와 Z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것도 이들의 낙천적인 성향과 연관이 있다.

그렇다고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 겪었던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와 취업 전후로 닥친 9·11 테러, 금융위기 등은 현실의 냉혹함을 일찍 알게 했다. 알파 세대처럼 ‘디지털 네이티브’까지는 아니라도 성장기에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을 경험했고, 덕분에 부모 세대 보다 정보양이 많고 다양하다. 그래도 아날로그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이와 늘 대립한다.

하지만 학부모로서의 이들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초등교사 출신의 교육 크리에이터, 이은경 작가의 신작 ‘80년대생 학부모, 당신은 누구십니까’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학부모들은 내 아이에 대해서 만큼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다. 학교와의 쌍방향 소통에 적극적이고,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학교에는 성적보다는 인성과 사회성 향상을 바라지만, 정작 성적은 사교육에 의지하는 이중성도 보인다.

▶스마트폰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아이들의 교육 문제는 늘 화두가 됐지만, 지금처럼 첨예한 적은 없었던 듯 하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첨단기술 활용을 두고 부모와 자식 간 대립은 일상이 됐다. 특히 아직도 글로 쓰고 종이책을 보는 것이 집중력이나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로 남아 있는 한 가정 내 스마트폰 대전은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두 세대 모두 공감하는 점은 알파 세대가 사회의 주역이 될 10~20년 뒤 미래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이 다음 세대의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알파 세대의 교육은 지금과 달라야 한다는 점은 모두 동의한다. AI의 일상화로 사소한 일처리는 인간이 할 필요 없는 세계에서 알파 세대가 AI와 차별화할 수 있는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매크린들 연구소는 저서에서 기술을 거부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적극 활용하되 문제점을 줄이는 일명 ‘기술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스크린을 활용한 원격 학습은 알파 세대가 선호하는 교육 방식이니 만큼 흥미 유도를 위해 적극 활용하면서도 이로 인해 파생될 산만함, 온라인 괴롭힘 등의 문제는 조절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본적인 읽기·수리 능력은 물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주도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습관’을 기르는 점이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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