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진주까지 발견되니"…'뮤지컬' 레드북, 보석 종합세트

이명주 2023. 4. 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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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을 위해 도시로 이주한 여성 안나 노크.

뮤지컬 '레드북'(제작사 (주)아떼오드)은 여성 소설가 안나의 이야기다.

안나 역에는 옥주현, 박진주, 민경아가 낙점됐다.

박진주는 이번 '레드북'으로 뮤지컬 첫 주연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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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이명주기자] "몸 쓰는 일 잘한다고? 무거운 거 드는 거 말고, 남자한테 쓰는 것도 잘해?"

구직을 위해 도시로 이주한 여성 안나 노크. 구인광고를 보고 빵집 사장을 찾아갔더니 이런 말이 돌아온다. 묘한 눈빛과 추파는 보너스.

당황할 법도 한데, 안나는 당당한 태도로 응수한다. 상대 남성의 주요 부위를 거론하며 "발정 났냐", "거시기가 안 서니 입으로 푸는 거냐" 소리를 지른다.  

현대인의 시선으로 보면 용감하고 솔직한, 조금은 발칙한 아가씨일 뿐. 

하지만 이곳은 영국,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다. 여성은 남편을 보필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로 여겨진다. 

남편이 없으면 재산권도 행사할 수 없다. 성 역할이 정해져 있는, 미혼인 안나에겐 참으로 불친절한 사회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는다. 세상과 정면으로 맞선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타고난 이야기꾼 재능을 마음껏 펼친다. 그리고 마침내, 성적 묘사를 담은 '레드북'을 발간한다.

◆ 안나, 이야기를 들려주렴

뮤지컬 '레드북'(제작사 (주)아떼오드)은 여성 소설가 안나의 이야기다. 지난달 14일 개막해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 한정석과 작곡가 이선영이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 이어 또 한 번 의기투합했다. 연출은 박소영이 담당했다. 

남녀 주연은 트리플 캐스팅이다. 안나 역에는 옥주현, 박진주, 민경아가 낙점됐다. 신사 브라운은 송원근, 신성민, 김성규가 맡았다. 

디스패치는 박진주, 신성민 페어 공연을 관람했다. 박진주는 이번 '레드북'으로 뮤지컬 첫 주연에 도전했다. 호기심이 일었다. 매체 연기를 주로 했던 배우가 뮤지컬 발성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난 슬퍼질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해

'레드북'은 2017년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8년 초연, 2021년 두 번째 공연, 올해 세 번째 무대를 올린 작품이다. 대형 뮤지컬로는 몇 안 되는 순수 창작물이기도 하다. 

스타급 배우들이 거쳐갔다. 유리아와 박은석, 아이비, 이상이, 차지연, 김세정 등이 '레드북' 주요 캐릭터를 연기했다. 

작품성은 보장된 수준.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4관왕을 비롯해 '제7회 예그린 뮤지컬어워드'에서도 4개 부문 수상했다. 연기상과 작품상, 연출상을 휩쓸었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들이 꾸준한 인기 비결이다. 안나가 부르는 모든 넘버는 중독성 있는 가사가 특징. 솔직발랄한 내용이 극의 흐름과 어우러졌다. 

사랑은 마치, 마치/ 오늘의 날씨처럼/ 흐렸다 환해지고 추웠다 따뜻해져/ 사랑은 마치, 마치/ 우리의 만남처럼/ 예상할 수 없지만/ 기대하게 만들죠('사랑은 마치' 中)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살아온 날들과 사랑한 이들이/ 너무나 소중한 사람/ 지금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중요한 사람/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나를 말하는 사람' 中)

박진주가 해당 넘버를 부르자 객석 곳곳에서 감탄이 나왔다. 뜨거운 박수 소리도 이어졌다. 안정적인 보컬과 풍부한 성량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 우리를 기대해요

신성민은 세심한 연기력이 돋보였다. '신사 중의 신사' 브라운의 감정선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눈빛으로, 목소리로 표현했다.   

김대종이 분한 평론가 딕 존슨 장면도 압권이었다. 다소 망측한 동작들을 유쾌하게 소화해냈다. 잊을만 하면 등장해 코믹한 상황을 만들었다.   

여성 문학회 '로렐라이 언덕' 회원들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로렐라이(조풍래 분)와 도로시(한보라 분), 줄리아(허순미 분), 코렐(김연진 분), 메리(이다정 분)가 무대를 빛냈다. 

성 평등이나 자기 인식 같은 주제를 무겁지 않게, 사랑스럽게 담았다. '제2의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이 되자'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한편 '레드북'은 다음 달 28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서울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제공=(주)아떼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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