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사외이사]③고액 연봉 받는데 견제와 감독?
"사외이사 선정 과정부터 독립적이지 않아"
사외이사가 높은 연봉을 받는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되면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사회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직업이 '사외이사'입니다!
14일 비즈워치가 자산 상위 20개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이들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한 해 평균 14회 이사회에 참석하고 4300만원가량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1인당 평균 연봉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5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SK바이오사시언스 8900만원 △셀트리온 7300만원 △동아에스티 6000만원 △유한양행 6000만원 △광동제약 5500만원 △한미약품 5400만원 순이었다.
상법상 사외이사는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최대 두 곳까지 등기임원(이사·감사 및 집행임원) 겸직이 가능하다. 기업 두 곳에서 사외이사를 겸직하면 비상근 근무만으로도 상당한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사외이사는 높은 급여에 비해 근무 강도는 낮다. 이사회나 위원회가 열릴 때만 업무를 보는 특수 직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외이사 자체가 경력이 되기도 한다. 종합건강검진이나 골프장 회원권 등 보수 총액에 포함되지 않는 부수적 혜택을 제공하는 기업도 많다.
이렇다 보니 사외이사는 정계와 재계는 물론 학계를 통틀어 선호도가 높은 직업으로 꼽힌다. 은퇴한 인사에게는 '노후 보장책'으로, 현직 인사에게는 '꿀 부업'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문제는 사외이사가 직업으로 인식될 경우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수 천 만원대의 급여를 받는데 이사회에서 제대로 된 의견을 낼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한 기업지배구조 관련 전문가는 "사외이사가 사실상 고용된 직원과도 같은데 이들이 경영진에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임 등을 염두에 두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사외이사 뽑는데 사내이사가?
이사회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층 근본적인 원인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있다. 사외이사 후보를 제안하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또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전체 위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사내이사가 포함되면서 기능이 무력화됐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실제 20개 상장사 중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7개였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SK바이오사이언스,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보령 등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한 곳은 HK이노엔과 SK바이오사이언스에 불과했다.
회의 횟수도 많지 않았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한 7개 기업의 연평균 회의 횟수는 0.9회에 그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회, 셀트리온이 2회, 동아에스티가 1회 회의를 개최했다. 세 기업 모두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의 모든 안건이 반대표 없이 가결됐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만료 사외이사를 재선임한 HK이노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아예 설치하지 않은 기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치열한 논쟁을 거쳐 기업에 도움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기보다는 대주주나 경영진이 만족할 만한 후보를 고르는 행태가 적지 않아서다.
이 전문가는 "사외이사가 왜 독립적이지 못한가를 보면 후보추천위원회부터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자산 규모가 작은 기업은 사외이사 선정도 내부에서 하고, 대기업의 경우에도 후보추천위원회에 사내이사가 들어가 있어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거스르는 의견을 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차지현 (chaj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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