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신간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外
김슬기(외부기고자) 2023. 4. 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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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장하준 교수가 군침이 도는 책을 들고 방한했다.
음식 이야기와 경제학을 접목시킨 신작을 통해 18가지 식재료로 경제학을 쉽게 풀어준다.
1986년 22살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햄버거조차 맛없을 만큼 '보수적'인 영국 음식이었다(심지어 영국은 마늘을 혐오했다). 그는 문화인류학자이자 요리책 작가인 클로디아 로든의 『푸드 오브 이탈리아Food Of Italy』 속 레시피로 요리를 시작하며 음식의 고통에서 해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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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장하준 교수가 군침이 도는 책을 들고 방한했다. 음식 이야기와 경제학을 접목시킨 신작을 통해 18가지 식재료로 경제학을 쉽게 풀어준다. 각 장마다 엄마의 마늘장아찌부터 칵테일 피냐콜라다까지 엄선한 레시피도 실었다.
마늘, 도토리, 멸치로 풀어낸 경제학 오디세이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장하준 교수는 이번 책에 자신의 일상과 식탁, 과거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도 소스처럼 뿌려두었다. 첫 식재료는 마늘. 1986년 22살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햄버거조차 맛없을 만큼 ‘보수적’인 영국 음식이었다(심지어 영국은 마늘을 혐오했다). 그는 문화인류학자이자 요리책 작가인 클로디아 로든의 『푸드 오브 이탈리아Food Of Italy』 속 레시피로 요리를 시작하며 음식의 고통에서 해방됐다. 지금은 노력 끝에 프랑스, 중국, 일본, 중동식 요리까지 즐겨한다.
다국적 음식을 즐기게 된 그에게 슬픈 일은, 경제학계가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 영국 음식처럼 문호를 닫아버린 것이다. 신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 등은 더이상 서로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경제학에 절대적인 정답은 없으며 관용과 포용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마늘을 듬뿍 쓴 김치를 올린 다채로운 식탁이 차려질 때, 경제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도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다.
도토리는 흔하고 값싼 식재료지만, 돼지가 먹으면 달라진다. 도토리를 먹인 이베리코 돼지로 만든 하몬은 스페인의 상징이다. 이 햄은 이슬람과 기독교도가 전쟁을 벌인 스페인에서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음식이 됐다. 이 음식을 통해 장 교수는 속세와는 먼 종교라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편견을 걷어낸다. 기독교 땅에서 쫓겨난 당시 유대인을 받아들인 문화가 이슬람이었다. 중세까지 이슬람은 법학과 수학, 과학에서 유럽보다 앞서 있었다. 힌두교, 유교와 달리 카스트 제도가 없는 것도 유리했다. 유교 문화가 동아시아의 경제 기적을 맞았다는 주장도 논파한다. 근면, 절약, 교육을 중시하는 문화가 아니라 2차 세계대전 후 토지 개혁을 통해 계층이동이 가능해졌고 교육이 계층상승의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피자부터 칵테일까지 마법처럼 모든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가 있다. 멸치다. 멸치는 19세기 페루의 경제적 번영의 비결이었다. 훔볼트 해류의 멸치를 먹은 가마우지의 구아노(마른새똥)가 최대 수출품. 하지만 이 호황은 인공비료의 등장으로 끝났다. 19세기 이후 인공 염료·고무 등 숱한 기술 혁신은 자원부국들의 돈을 빼앗아갔다. 이 책은 “역사 속에서 높은 생활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은 오직 산업화밖에 없으며 혁신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조업 발달뿐”이라고 역설한다.
미래를 위한 레시피도 실렸다. 딸기는 노동집약적 작물의 대표격이다. 처음엔 값싼 이민 노동자에 의해 문제를 해결했고, 곧 자동화로 대체됐다.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진 건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난 2세기 동안 늘 일어난 일이었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전문직까지 위협받는 시대지만,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면 언제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로봇이 딸기를 수확하며 로봇 엔지니어가 필요해진 것처럼 말이다. 고등 교육, 오락, 패션 등도 자동화가 선물해준 일자리다. 과학기술 공포증을 극복하게 해주는 건 이처럼 달콤한 작은 과일에 얽힌 이야기다.
사라져가는 생명들에게 바치는 헌사 『나는 아직 여기 있어』
“세상과 타자에 대한 호기심을 잊지 않는 이상 이 지구에서 지루해지거나 외로워지는 일은 없다.”
시인이자 미시시피주립대학교 영어와 창작 교수인 저자 에이미 네주쿠마타틸이 유색인종으로 인종차별을 겪으며 성장한 자신의 경험을 자연과 함께 풀어낸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외의 존재에 대한 탐구를 시적으로 풀어낸다.
그는 자신의 저서가 ‘사랑과 경이로움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장엄하고 경이로운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들. 작가는 그 생명의 이름 하나하나를 꺼내면서 그 생명과 얽힌 자신의 유년시절 기억을 회고한다. 우리가 날마다 지나치는 나무의 이름이 무엇인지, 이슬 맺힌 들판 위를 날아가는 저 새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갈 때 그것들은 비로소 생명을 지닌 구체적이고 확고한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이름도 모른 채 사라져가는 동식물들. 개체 수가 점차 감소하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그 존재들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유년시절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저자는 권한다. 저자의 글을 통해 우리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그 생명들이 여전히 내 옆에서 말없이 살아가고 있었음을 깨닫고, 묵묵히 생을 이어나가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된다.
[글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5호(23.4.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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