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들여 투자하고픈, 자신있는 서비스만 론칭” [헤경이 만난 사람-조현준 핀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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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은행원으로 지내던 이가 혁신기업의 CEO가 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를 아는 이라면 넥타이를 벗어던진 지금이 더 잘 어울린다는 걸 알았을 터다.
특히 하나은행의 미래성장전략을 총괄하면서 머릿 속에 쌓아두던 아이디어를 가득 쥐고 핀크로 걸어들어온 이야기를 들으면 더 그렇다.
겉보기엔 청년들이 가고 싶은 훌륭한 사내복지 유연한 사내문화가 있는데, 막상 숫자를 보면 자본잠식 상태인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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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피드백 후 내년 본격서비스
손실 줄이고 핵심서비스 확대 목표
“디지털사업에서 창업자(founder)가 최고경영자(CEO)가 아니고서는 프로젝트 필터링이 쉽지 않다. 핀크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사내벤처’ 제도를 승인받았다. 좋은 기술 말고, 돈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한 것이다. 또 아이디어를 낸 구성원이 직접 투자해 성과를 가져갈 수 있는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픈 이상적 제도라고 생각한다. 기존 조직이 답답한 인재들이 핀크로 몰려들 수 있는 게 중장기 목표다”
30년 넘게 은행원으로 지내던 이가 혁신기업의 CEO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답을 머뭇거린다면, 그 역시 고리타분한 생각일 지 모른다.
조현준 핀크 대표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사람이다. 1990년 은행원 생활을 시작해, 33년을 은행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올 초 하나금융의 핀테크 계열사 핀크 CEO가 됐을 때 조 대표를 모르는 외부에선 낯선 인사였을 지 모른다. 그러나 그를 아는 이라면 넥타이를 벗어던진 지금이 더 잘 어울린다는 걸 알았을 터다. 특히 하나은행의 미래성장전략을 총괄하면서 머릿 속에 쌓아두던 아이디어를 가득 쥐고 핀크로 걸어들어온 이야기를 들으면 더 그렇다. 취임 3개월차를 맞은 조 대표를 만났다.
-예금·대출·보험 등 금융위원회가 각종 금융상품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별화될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 ‘사내벤처’다. 지난 3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 제도는 중장기적으로 핀크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지금도 벤처기업에 가깝지 않나. 사내벤처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은 어떠한 것인가.
▶먼저 프로젝트 필터링을 할 수 있다. 은행에서 디지털 사업을 하면서 많이 느낀 것은 ‘꼭 해야 하는 사업이냐’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창업자가 CEO가 아닌 경우는 더 그렇다. 좋은 기술을 활용한다고 수익을 얻는 건 아니다. 특히 ‘좋은 점’을 열거한 프레젠테이션을 듣다보면, 투자하고 싶다. 사내벤처의 핵심은 개발자가 초기 1년 비용의 5%까지 출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돈 들여서 사업하면 꼭 성공할 서비스만 런칭하게 된다. 물론 성과보상도 있다. 출자 후 10배까지 스톡옵션을 준다. 최대 55%의 지분을 갖게 되는 거다.
-사업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일종의 절차인 건가. 다른 기대 효과도 있나.
▶성공사례가 만들어지면, 다른 대기업이나 다른 금융기관에서 답답해하는 사람이 오고 싶어할 것이라 본다. 출자에 대한 보상도 확실하니까. 과거엔 기존 조직에서 아이디어를 실현 못한 사람들이 ‘나가서 내가 차려볼까’했는데, 핀크에선 하나금융 백그라운드 안에 자신의 프로젝트 1대 주주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핀크로 모이게 하고 싶다. 그러면 우리는 결국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 효과가 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본다.
-사내벤처 계획은 하나은행 재직할 때부터 있던 아이디어인가.
▶아주 오랜 아이디어다. 하나은행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오랜 기간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큰 조직은 합리적 행동의 기준점이 보스, 리더의 지향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이해했다. 이걸 깨달은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그 때부터 은행에선 사내벤처 운영은 불가능 할 것으로 봤다.
-결국 사내벤처는 단기 효과를 보여줄 수 없는 것인데, 그렇게까지 기다려줄 수 없지 않을까. 올해 핀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사회에서 이미 미션을 받았다. 핀크의 작년 영업손실이 120억원대다. 이를 70억원 수준으로 줄이라 했다. 사실상 ‘미션 임파서블’이지만, 1분기는 이사회가 요구한 목표에 부합했다.
- 핀크 말고도 핀테크 업들이 다 비슷한데, 영업손실 규모가 크다. 겉보기엔 청년들이 가고 싶은 훌륭한 사내복지 유연한 사내문화가 있는데, 막상 숫자를 보면 자본잠식 상태인 곳도 있다. 불필요한 비용이 많은 것 아닌가.
▶저도 사실 오기전부터 그런 인식이 있었다. 일단 앞서 사내벤처제도로 프로젝트 필터링을 하면서 비용을 줄였다. 또 효과가 나오지 않는 비용은 과감히 줄였다. 효율적 구조로 바꾼 것이다. 특히 광고 마케팅 비용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숫자로 보여지지 않아서 소스데이터 등 데이터베이스를 보고 3주간 틈틈이 직접 분석했다. 집에서도 일을 했는데,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했다.
-결국 손실은 줄이고 핵심 서비스를 키운다는 것이다. 핀크의 SNS서비스인 리얼리가 12만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안다. 올해 목표는 어떻게 되나.
▶저는 목표설정이 없다. 직원들은 목표가 있겠지만, 목표는 위험한 프레임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을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승부가 날만한 곳에 집중하고 싶다.
-그럼 1호 사내벤처는 언제 볼 수 있나.
▶사실 직원들이 개인 투자금 설정에 대해서 주저하고 있다. 누군가가 ‘대표님이 하시면 안되요?’라고 묻더라. 그래서 내 스스로 1호가 되려고 한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로 프로젝트 이름은 ‘FORGET’이다. 이 아이디어는 2019년 생각했고, 똑같이 타당성을 거쳐서 론칭할 것이다. 저는 일단 제 돈을 태워 서비스를 선보일 자신이 있다. 물론 세부적인 건 아직 공개할 순 없다(웃음). 올해 준비해서 내년에 서비스를 선보일 거다. 시장에 내부 테스트하고 피드백 받고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핀크 통해 피싱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 거기에 맞는 내부 장치는 준비한 건가.
▶물론 장치는 마련했다. 스크리닝해서 피싱을 막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사실 홍보팀에서 이를 내세우자고 했는데 반대했다. 고객에겐 당연한 문제다. 솔직히 어떤 느낌도 없을 것이다. 고객이 반응하려면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해야 하지 않나. 우리가 노력한 것으로 고객에게 내세워선 인정받지 못한다. 기존 스타트업에선 자랑을 먼저 하는 문화가 있다. 나는 여기에 공감을 잘 못한다. 자신 있는 콘텐츠만 자랑하고 싶다.
성연진·홍승희 기자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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