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세대 의료용 마약 오남용 우려…국가 차원 인식개선 교육·홍보 시급” [어쩌다 마약]

2023. 4. 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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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말하는 국내 마약 현주소
예방교육 전무...의사·약사 인식개선도 필요
‘퐁당 마약’ 처벌 대상 아니라는 점 홍보해야

전문가들은 수면·다이어트 목적의 의료용 마약 오남용, 해외 여행 도중 우연한 마약 투약을 계기로 마약중독자가 되는 케이스 등 ‘어쩌다 마약’ 사례가 늘어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경로로 마약을 접하는 이들은 마약이 ‘범죄’라는 인식이 약한 데다 대상도 10대와 20대 젊은층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차원의 인식개선 교육·홍보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용 마약 오남용, 학교서 예방교육 전무”=전문가들은 의료용 마약 투약자들이 ‘이것은 마약’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영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료용 마약 투약자들은 처음에 병원이나 약국에서 처방받다 보니 ‘이게 그렇게 나쁜 건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통계로도 마약류로 자각하는 인식, 유해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일반 마약에 비해 훨씬 낮다”고 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다이어트를 위한 식욕억제제나 수면유도제 같은 경우 젊은 여성들 투약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며 “대리 처방 등은 모두 불법인 데다 오남용 시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는다는 걸 분명히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용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팀장은 “의료용 마약은 상담이나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도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우리 본부가 지난 수십년 동안 학교들과 접촉해왔는데, 마약 관련 교육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한국중독전문가협회 회장)는 “최근 불안 장애나 ADHD,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문제로 의료용 마약을 오남용하는 사례는 주로 10대와 20대”라며 “예방 교육이 존재하지 않거나 있어도 대부분 형식적이다. 금연 캠페인 수준으로 전국민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용 마약을 처방하는 의사·약사들의 인식 개선 필요성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의료용 마약을 처방하는 의사·약사가 오남용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중복 처방을 방지하기 위해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개발했는데 현실은 진료 현장에서 그걸 확인하는 3~5분의 시간조차도 의사들이 아까워 한다.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해외여행 시 마약교육 강화해 경각심 일깨워야”=해외여행 또는 유학생활에서 마약류를 접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체 변화가 바로 느껴지는 흡연 형태와 달리 음식 형태는 섭취 후 20~30분 이후에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해외여행 시 여러 형태의 교육 영상을 필수적으로 시청해야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약에 중독돼 한국에 돌아오는 유학생들을 위한 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년 시절부터 유학 간 학생들, 특히 외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이들의 경우 이미 마약에 중독된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마약밀매상에겐 이런 집단이 최고의 고객”이라며 “이들이 마약을 끊을 수 있는 치료시설의 접근성과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물뽕 등 퐁당 마약, 가중처벌 필요”=남 몰래 타 먹이는 이른바 ‘퐁당 마약’ 등 타의에 의해 마약을 하게 된 경우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근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피싱 사건에서도 경찰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알리며 피해 학생·학부모들의 신고를 독려한 바 있다.

김 교수는 “타의에 의한 마약류 복용은 처벌 대상이 아니란 것에 대해 교육이 필요한데, 이건 국가에서 공익광고 형식으로 교육해야 한다”며 “유흥업 종사자들이 마약 유통에 많이 연루되는데, 이들에 대한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대처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했다.

마약 진단키트 개발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타의에 의해 클럽이나 유흥주점에서 성범죄를 목적으로 마약을 타서 먹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국민들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 목적으로 마약 진단 키트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퐁당 마약’ 범죄자들에 대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승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는 퐁당마약 범죄자에 대해 마약소지와 특수 상해 정도로 처벌하는 수준”이라며 “성폭력법은 성착취물을 가지고 협박 시 가중처벌 가능하게 돼있다. 같은 형태로 마약을 가지고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는 행동도 특수상해보다 더 높은 가중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배두헌·김영철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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