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안우진은 160㎞를 던질 수 있을까?

노재형 2023. 4. 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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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안우진이 13일 잠실 두산전에 등판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한화 문동주가 지난 12일 KIA전에서 1회말 박찬호를 상대로 160.1㎞에 이르는 포심 직구를 뿌려 연일 화제다. 이는 2012년 LG 레다메스 리즈의 162.1㎞, 2016년 한화 파비오 카스티요의 160.4㎞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빠른 공이다.

KBO 투구추적시스템(PTS)이 도입된 2011년 이후 작년까지 KBO 마운드에서 국내 투수가 160㎞를 찍은 적은 없었다. 국내 투수 최고 구속인 2012년 9월 7일 부산 한화전에서 롯데 최대성이 뿌린 158.7㎞를 문동주가 11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에 '시속 160㎞'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신체적으로 투수의 전성기는 23~25세다. 팔스윙, 하체와 허리의 탄력 등 하드웨어가 절정에 이르는 시점이다. 2003년생인 문동주는 앞으로 구속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본다면 1999년생인 키움 안우진은 지금이 전성기다. 안우진의 직구 최고 스피드는 작년 9월 30일 인천 SSG전에서 던진 158.4㎞다. 올시즌에는 13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말 허경민을 상대로 뿌린 158.2㎞가 최고 구속이다. 안우진도 얼마든지, 혹은 마음만 먹으면 160㎞ 강속구를 던질 수 있을테지만, 스스로는 "구속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화 문동주가 지난 12일 광주 KIA전에서 4회말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하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투수의 기본은 정확성, 즉 제구력이지 스피드가 아니다. 기본을 갖추지 못한 투수는 실전에 올릴 수 없다. 안우진의 말이 옳다. 그러나 한 차원 더 깊게 생각해보면 스피드는 중요하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이기 때문이다.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빠른 공을 던지는 게 현대 야구의 목표다.

안우진처럼 150㎞대 중후반의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제구까지 갖춘다면 당연히 최고 투수가 되는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투수의 진짜 실력은 3시즌, 선발투수의 경우 500이닝은 던져봐야 나온다고 했다. 안우진은 올해가 풀타임 선발 3번째 시즌이니 실력은 거의 다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는 통산 488⅓이닝을 던졌다.

문동주는 2~3년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1군 13경기에서 28⅔이닝을 소화했다. 막 출발한 마라토너의 5㎞ 지점이다. 37.195㎞를 더 뛰어야 한다. 아직은 모른다.

투수들 중 많은 수가 공을 던진 뒤 전광판을 쳐다보는 습관을 갖고 있다. 자신의 구속을 보기 위함이다. 투수에게 스피드 욕심은 당연한 것이다. 톱을 다투는 안우진과 문동주라고 다를 게 없다. 스피드를 늘리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건 죄가 아니다. 물론 가장 나쁜 '적(敵)'은 부상이다. 부상은 신체의 밸런스를 망가뜨리고 구속과 제구력을 모두 망친다.

지난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투수들의 구속 수준이 나왔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참가 20국 가운데 16위였다. 일본 투수들은 95.38마일로 도미니카공화국(95.74마일)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송곳 제구를 전통으로 여기던 일본은 이미 메이저리그식 투구를 지향하고 있다. KBO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두 영건 파이어볼러의 스피드 경쟁은 그래서 바람직하고 흥미롭다.

KBO는 아직도 최고 스피드가 150㎞를 넘으면 강속구 투수 대접을 받는다. 지난해 MLB, NPB, KBO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각각 93.7마일(150.8㎞), 90.8마일(146.1㎞), 89.6마일(144.2㎞)이었다. 국제대회에서 더 이상 수모를 당하기 싫으면 이 간격을 좁힐 필요가 있다.

선동열은 KBO에서 최고 150㎞ 직구를 뿌렸다. 스포츠조선 DB

스피드건에 의존하던 시절, 1980~1990년대 최고 구속을 자랑하던 두 투수가 있었다. 최동원과 선동열이다. 당시 국내외 언론 기사를 찾아봤다.

최동원의 경우 1981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스카우트가 96마일(154.5㎞)로 구단에 보고했다는 보도가 있다. 선동열은 1995년 잠실 LG전에서 155㎞ 직구를 던졌다고 나온다. 145㎞만 넘어도 '와~'하던 시절이다. 최동원은 강력한 직구와 폭포수 커브, 선동열은 강속구와 슬라이더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

참고로 최초로 160㎞를 던진 한국인 투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다. 1996년 6월 28일 쿠어스필드에서 전광판에 100마일(160.9㎞)을 찍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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