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 앱 통행세 걷은 구글, 법인세 고작 169억…네이버에 50분의 1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네이버는 8605억원, 구글은 170억원. 지난해 한 해 네이버와 구글이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 비용이다.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한국에 납부하는 법인세가 과도하게 낮다는 지적이 또 불거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및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실(국민의힘) 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3449억원의 매출(영업수익)에 278억원의 영업이익, 1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구글이 국내에 납부한 법인세 비용은 169억원이었다.

반면 네이버(NAVER)는 지난해 한 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8조2201억원의 매출에 1조3047억원의 영업이익, 67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네이버가 납부한 법인세는 8605억원에 이른다. 네이버의 법인세가 구글에 비해 50배 이상 많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글로벌 최대 IT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고작 3449억원이라는 점이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구글은 매출 구성항목으로 △광고 및 기타 리셀러 수익(1441억원) △마케팅 용역 지원수익(1366억원) △연구개발 용역 수익(533억원) △하드웨어 수익(109억원) 등을 냈다. 여기에는 앱마켓 수수료 매출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구글의 아시아·태평양 매출에 한국지역의 구글플레이 비중 27.6% 및 광고 비중 10.9%를 적용하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지역 매출이 최소 4조2000억원에서 최대 6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김 의원실은 이에 "약 6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수익의 대부분인 앱마켓 수수료 매출은 실적에서 제외돼 있다"며 "구글코리아 측은 구글플레이 사업 매출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싱가포르법인(구글아시아퍼시픽)에 귀속되므로 국내 매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또 "2020년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기업 134곳이 납부한 부가세는 2376억원으로 네이버 1개 업체가 내는 법인세 4500억원(2020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한국 이용자들과 한국 기업을 상대로 번 돈임에도 조세 피난처를 통한 의도적 실적 축소와 편법적 세금 회피는 한국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글이 앱마켓 매출을 한국지역 실적에 반영할 때 내야할 세금이 5000억~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김 의원실의 주장이다.

한편 구글은 이달 1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에서 압도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모바일 게임사들이 국내 원스토어 등 경쟁 앱마켓 게임 출시를 막았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42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또 아마존과 메타, 디즈니 등 대부분의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과 망 이용 계약을 체결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과 달리 구글은 국내 이용자들의 높은 서비스 충성도 등에 따른 강력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국내 망에 무임 승차하고 있다는 게 김 의원실의 지적이다.

김영식 의원은 "망 이용 대가는 기존 없던 비용을 새로 만들어 추가 납부하는 게 아니라 국내외 모든 CP(콘텐츠 제공사)가 지불하고 있는 당연 비용"이라며 "구글의 국내 매출액 해외 이전, 국내 망 무임승차, 앱마켓 독점 지배력 남용 등 불법·편법 및 불공정 행위를 개선할 법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