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디지털헬스]"퇴원후 식단 어쩌지?" 암환자 고충 해결했어요

박미리 기자 2023. 4. 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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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남병호 헤링스 대표암 환자 '식단짜기' 고충 커…부적합 음식 섭취도4500여개 음식 조합해 식단 제공…매번 선택지 3개항암치료 부작용 실시간 관리 기능도 부착하기로암 환자 '맞춤형 토탈케어 플랫폼' 지향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⑬남병호 헤링스 대표
암 환자 '식단짜기' 고충 커…부적합 음식 섭취도
4500여개 음식 조합해 식단 제공…매번 선택지 3개
항암치료 부작용 실시간 관리 기능도 부착하기로
암 환자 '맞춤형 토탈케어 플랫폼' 지향

[편집자주] 디지털 전환이 사회 화두가 된지 5년이 지났다.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혁신이 요구되는 흐름이다. 제약·바이오, 의료 등 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업의 특성상 더뎠을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0% 고성장이 점쳐진다. 전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ICT 강국이다. 제약·바이오 후발주자 입장으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내 디지털 헬스 대표주자들을 만나 이들이 만들어갈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암 환자들이 퇴원 후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는 기간 동안 어떤 음식을 먹는지가 중요해요. 음식이 암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현재 보건의료 체계상 병원이 세밀하게 챙겨주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퇴원 전 피해야할 음식 등 교육이 이뤄지긴 하지만 암 환자 대부분이 병원 밖을 나선 뒤 '이제 어떤 음식을 먹어야하지' 고민해요. 다들 원칙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메뉴를 택해야할지 모르는 거에요. 이렇다보니 흔히 동호회에 가입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지인에 묻는 등의 방식으로 정보를 취합해 식단을 결정하죠. 그래서 종종 부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식단을 짜는 경우가 보여요. 단백질 섭취를 하셔야하는 분이 채식을 하는 식으로요. 저희는 이처럼 암 환자에 정말 필요하지만 현 보건의료 체계에서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올해 1월 베타 버전 출시…"입소문 등 반응 좋아"
14일 남병호 헤링스 대표는 암 환자 케어 플랫폼 '힐리어리'를 개발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남 대표는 오랜기간 암 환자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봐온 이력의 소유자다. 서울대를 나와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보건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국립암센터 교수와 임상연구협력센터장 등을 지냈다. 2015년 암 환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겠단 결심으로 헤링스를 창업했다. 창업 후 국내외 음식 정보를 모아 정리하고, 암 환자 개개인에 맞춤형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어 고도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힐리어리 MVP(핵심기능만을 구현해 테스트), 올해 1월 베타(정식 출시 직전 테스트) 버전을 출시했다. 남 대표는 "사용해본 의료진이 암 환자, 다른 의료진에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소개하는 등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힐리어리는 모바일 앱으로 구동된다. 암 환자는 힐리어리를 열고 나이, 성별, 키, 몸무게, 식습관, 알레르기 등 개인정보와 암 종류, 단계, 수술 여부, 수술 후 치료 종류(항암이나 방사선) 등 암 정보를 기입한다. 암 환자가 매일 섭취해야 하는 단백질과 칼로리를 계산하기 위한 정보들이다. 남 대표는 "위 암 환자는 몸무게를 늘려야 하지만 자궁경부, 자궁내막 등 암 환자는 몸무게를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며 "암 종마다 몸무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다 달라 암 환자 개개인이 어떤 목적으로 식단을 관리해야 하는지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보를 기입한 암 환자에는 하루 식단이 5번 날아온다. 식사 3번(아침·점심·저녁)과 간식 2번이다. 헤링스는 국내외 음식 5만여개를 분석해 암 환자가 먹어도 되는 음식을 4500여개로 추렸다. 이후 한국들이 선호하는 음식 위주로 추천하고자 매년 실시되는 질병관리청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를 붙였다. "식사는 밥, 국, 반찬 2~3개가 하나의 구성이고 한 번에 1~3개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미역국을 제안했는데 미역국이 싫다! 그러면 식단B 혹은 식단C를 선택하거나 국만 똑같은 단백질이나 칼로리의 다른 국으로 바꿀 수 있어요. 식사를 마친 후엔 1인분 기준으로 다 먹었는지, 덜 먹었는지, 다 먹었는지 선택하면 돼요. 그러면 단백질, 칼로리를 얼마나 섭취했는지 자동 계산이 되고 그 값이 매일 리포트 형식으로 암 환자에 제공됩니다."

현재 힐리어리의 주 타깃군은 성인 암 환자다. 소아 암 환자로 확장하는 것은 자원 투입의 한계 등을 감안해 추후로 미뤘다. 서비스 이용은 무료며 위암, 대장암, 식도암, 담낭암, 췌장암, 신장암 등 고형암 대부분을 대상으로 한다.

연말 식단 넘어 '복약·증상관리' 붙인다
남 대표는 향후 힐리어리에 '식단' 외에 복약·증상 관리, 운동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순차적으로 붙여나갈 계획이다. 올해 말 복약·증상 관리, 내년 운동 관리를 앱 안에 탑재하는 게 목표다. 이중 복약·증상 관리는 항암제를 맞는 등 치료 중인 암 환자들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관한 것이다. 남 대표는 "매일 집에서 환자가 겪는 부작용 증상을 파악하는게 중요하지만 현재는 할 수 없다"며 "항암제 부작용으로 7~10일 내 설사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환자들이 설사를 본 후 '변이 어떻다' 하는 기록은 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하지만 현재 모여지지 않는 정보"라고 말했다. 이어 "힐리어리에선 향후 집에서 부작용 증상이 발생했을 때 내 상황이 어떤지, 집에서 조치할 수 있는지, 처방받은 약이 있다면 지금 먹어도 되는지, 아님 응급실을 가야하는지 등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암 환자 진료의 질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게 남 대표의 설명이다. "암 환자가 수술 후 대개 한 두달 후 내원을 해요. 의사는 지난 2개월간 내가 수술한 환자가 잘 먹었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 회복을 잘하는지 궁금하죠. 하지만 이런 상태는 지난 2개월간 잘 지냈냐, 몸무게는 회복했냐 등 질문을 해서 알아낼 수밖에 없어요. 저희 앱을 쓰면 환자의 지난 2개월간의 데이터들을 쭉 볼 수 있거든요. 또 의료진에는 A4용지 2장 이하로 암 환자의 2개월치 기록을 정리해서 드리고 있어요. 환자 상태를 이미 아니까 따로 질문을 안해도 '잘 하고 있다', '몸무게를 조금만 늘리자' 등 솔루션을 바로 줄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남 대표는 앞으로 힐리어리를 '암 환자 개개인을 종합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남 대표는 "암 환자들에 치료란 긴 여정을 잘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여기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들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암'에서는 타사가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추진했던 상장은 서비스 확산에 자원을 집중하고, 또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해 잠시 연기하기로 했다. 남 대표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매출이 예상 가능한 추이로 나오기 시작할 때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며 "현재는 서비스를 내실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앞서 헤링스는 한미약품 2세인 임종윤 사장의 개인회사 코리, 캡스톤파트너스, 알펜루트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총 77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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