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훔치기 확산 대응 부족”… 美 8개시, 현대차그룹에 소송

정한국 기자 2023. 4. 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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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만 훔치는 이른바 '기아 보이즈'로 추정되는 10대들이 훔친 차량 위에 올라탄 모습(왼쪽)과 '기아 보이즈' 범행 수법대로 '키 홀' 주변 커버가 벗겨진 모습./유튜브

미국에서 8개 도시가 “차량 도난 사건에 대해 대비가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 신시내티, 오하이오의 콜롬버스 등 8개 도시가 최근까지 현대차그룹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난 방지 기술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피해액을 명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 도시들이 문제삼는 것은 이른바 작년 6월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시작된 ‘현대차·기아 절도’ 사태다.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근거지를 둔 10대 차량 절도단이 기아차를 훔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구형 기아차를 주로 훔쳐 ‘기아보이스(kiaboys)’로 불렸는데, 이후 모방 범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해 차량 수천대가 피해를 당하자 각 도시가 소송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달 말 시애틀·클리블랜드·샌디에이고가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소송을 낸 곳이 최소 8개로 늘어났다.

현대차그룹이 보급하기로 한 도난 방지용 운전대 잠금장치.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현대차·기아 차량 절도 범죄가 유행처럼 번지자, 20일(현지 시각) 미국 22주 법무장관이 현대차와 기아에 “보안 대책을 마련하라”며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차·기아 차량 중에서도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들이 타깃이 됐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혀야만 시동이 걸린다. 이모빌라이저는 미국에서 필수로 장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조사가 보안 강화를 위해 장착하는 추세다.

절도범들은 이 기능이 없는 2021년 11월 이전 출시 차종만 골라 훔쳤다. 2017∼2020년 미국에서 생산한 엘란트라와 2015∼2019년 소나타, 2020∼2021년 베뉴 등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서울 양재동 사옥 모습./뉴스1

현대차그룹은 차량 자체는 각종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 사건이 문제가 된 후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2021년 11월 이전 현대·기아차 차량 사용자들에게는 도난 방지 핸들 잠금장치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 차량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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