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기습발사 가능' 고체연료로 재편되나…대미압박 증폭
출력 줄여 첫 시험발사…정상 출력으로 추가시험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하채림 기자 = 북한은 14일 전날 고체연료 추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을 시험 발사했다면서 3단 로켓의 분리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실물을 처음 공개한 이후 2개월 만에 첫 시험 발사한 신형 고체연료 ICBM은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몇차례 더 시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북한이 기존의 액체연료 기반인 화성 12,13,14,15,17형 등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들을 모두 기습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기반으로 재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 분리 등 성능 확인위해 의도적으로 출력 줄여
이날 북한 관영 매체들은 화성-18형의 시험 발사가 "1계단은 표준탄도비행방식으로 2,3 계단은 고각방식으로 설정하고 시간지연분리시동방식으로 미사일의 최대속도를 제한하면서 무기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1단은 정상적인 탄도미사일 궤적으로 비행했고, 이후 2단·3단은 고각발사 방식으로 분리됐다는 것이다. '시간지연 분리 시동방식'은 추력을 조절해 미사일의 최대 속도를 줄이는 방법이란 뜻이다.
즉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수직으로 세운 ICBM을 발사해 최대의 추력으로 상승하도록 한 후 1단 추진체의 추력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정상 궤적으로 자세를 잡아 비행 후 분리됐고, 이후 2단·3단은 고각으로 점화되어 비행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일단 첫 시험 발사라는 점에서 비행거리를 줄이고 정상적인 단 분리 등 성능을 확인하고자 이런 추력 조절 방식으로 ICBM을 시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추력 조절 방식은 고체 로켓 모터에 들어가는 추진체 형상(grain)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고체모터 연소실에 추진제를 어떤 형상으로 만들어 넣느냐에 따라 추력 조절이 가능하다"면서 "이번에는 추력 조절 방식으로 시험 발사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1단에 장착된 첫 대형고추력 고체로켓 모터의 고각 발사에 따른 부하 등의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추력프로파일을 조절하여 비행속도를 조절하고 고각이 아닌 정상궤적 형태의 비행을 했다"며 "1단 분리 후에 2단과 3단은 사거리를 1천km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 다시 고각궤적으로 비행하고 탄두는 거의 수직으로 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첫 시험발사라는 점에서 무리하게 최대한의 출력으로 시험하기보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계통의 성능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수정보완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단 분리 과정에서 다음 단의 점화를 늦추어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1단은 표준탄도비행방식이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ICBM 1단의 첫 정상각도 시험'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 ICBM 개발에서 최초 정상각도 시험(1단)"이라며 "신형 고체 ICBM 화성-18은 북한 탄도미사일 개발의 획기적 진전"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1단 비행 방식을 굳이 구분해 밝힌 것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발언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부부장은 작년 12월 담화에서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력을 입증하려면 정상각도 발사를 해야한다는 지적에 대해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에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실장은 "1단은 지구궤도를 벗어나기 위해서 거의 수직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1단 정상각도 발사라는 것은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굳이 이걸 구분해서 얘기한 것은 김여정이 작년 말에 정상각도 발사에 관해 말한 것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대 출력 추가 시험 이어질듯…ICBM, 모두 고체연료로 재편 가능성
북한은 신형 고체 ICBM을 앞으로 몇차례 더 시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장 교수는 "이번 시험발사는 1단의 대형 고체추진제 로켓모터에 대한 시험 검증이 주 목적으로 향후에 사거리 성능 1만km 이상의 ICBM 추진체 성능(고각발사 시 정점고도 5천km 수준)을 보여주는 고각궤적 시험발사를 조만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열병식 때 3기가 등장했고, 첫 번째는 단 분리 정도 하고 조정 가능한지, 기능성 등 두 가지를 봤다면 나머지 2기도 곧이어 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2기는 고각이지만 정상적인 추진체의 역량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정상 각도로 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본토 타격 능력 입증을 위해 고도를 높인 2차 시험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아울러 북한이 이번 고체 ICBM 시험 발사를 계기로 앞으로 액체연료 ICBM을 모두 고체연료 기반 ICBM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 발사를 지도한 자리에서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개발은 우리의 전략적억제력 구성 부분을 크게 재편시킬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 이를 시사한다는 것이다.
홍 실장은 "김정은 발언은 결국 기존 액체형의 화성-12,13,14,15,17을 모두 고체연료 형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고체 ICBM을 개발한 것은 연료 주입이 필요 없고 은밀 기동성을 갖춘 TEL을 이용해 신속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고체 ICBM을 탑재한 TEL이 터널 속이나 숲속에서 있다가 나와 신속 발사할 경우 탐지 격파하는 '킬체인'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전력화한 ICBM도 모두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 본토 기습 공격 능력과 김일성 생일(15일·태양절)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적 성과를 과시하는 의도도 강해 보인다.
이번에 시험 발사한 고체 ICBM의 성능과 관련, 군 당국은 정상각도(30∼45도) 발사 시 사거리를 5천∼5천500㎞가량으로 추정했지만, 이는 의도적으로 추력을 줄였기 때문이다. 다수 전문가는 최대 출력을 낸다면 1만㎞가량은 비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의 유훈을 거의 완성하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는 군사적 모험주의의 지도자상을 과시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도 2021년 1월 당 8차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분야 '핵심 5대 과업'을 착착 실행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적들에게 더욱 분명한 안보위기를 체감시키고 부질없는 사고와 망동을 단념할 때까지 시종 치명적이며 공세적인 대응을 가하여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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