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입금된 1억…오송금이니 돌려달라던 세입자의 충격적인 속셈

온라인으로 승인되는 청년 전세자금 대출 유용하려는 사기 속출
이체 내역 있어야 대출 실행…사문서 위조범들의 거액 송금 주의

모르는 사람이 내 통장으로 거액을 잘못 입금했다며 되돌려달라고 할 경우, 그를 믿어도 될까?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입금받았다는 40대 여성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통장에 550만원이 입금된 것을 보고 송금 착오라 생각한 A씨는 은행창구에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은행에서는 ‘오송금인 것 같다’며 ‘돈을 받은 사람이 해야 할 조치는 없고 보낸 사람이 오송금 반환신청을 해오면 연락이 올 거니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그런데 며칠 후 아파트 월세 세입자인 B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얼마 전 본인 명의 아파트를 월세로 내놔 B씨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B 씨는 “제 아들이 저번에도 돈을 잘못 보냈는데, 이번에도 또 잘못 보냈다고 합니다. 저에게 좀 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통장을 확인해보니 B씨 말대로 C씨는 550만원을 입금하고 얼마 뒤 다시 9900만원을 보냈다. A씨는 ”아들이 왜 내 계좌를 알고 있으며, 한 번 잘못 송금한 거면 몰라도 입금자명 확인도 없이 그렇게 큰 금액을 또 보낸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B씨는 총 1억4백50만원을 돌려달라며 금액과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왔다.

은행을 통해 반환신청을 하라는 A씨 말에도 B씨는 반환신청이 안 된다며 계속해서 자신의 통장으로 보내라고 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A씨는 경찰서를 방문했으며, 이 이상한 ‘오송금 사건’을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유했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 하나가 A씨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누리꾼이 청년 전세자금 사기에 이용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 누리꾼은 “월세 세입자 아들이 청년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것 같다. 1억1000으로 전세 서류를 만들었을 거 같고 550만원은 5% 계약금인 듯하다. 이체 내역이 있어야 대출이 실행되기 때문이다. 90%까지 대출이 되니 9900만원이 입금된 것이다”며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했다.

이어 “월세 세입자 계약서류에 세입자와 날짜만 변경해서 아들 이름으로 청년 전세대출을 받은 듯하니 동사무소 가서 확정일자 확인해보라. 15일 안에 확정일자 받은 게 있다면 확실하다. 청년 전세는 확정일자를 받아야 실행이 된다”고 조언했다.

누리꾼의 조언대로 동사무소를 방문한 A씨는 깜짝 놀랐다. 누리꾼의 말대로 세입자 B씨 아들 C씨가 A씨 자신과 계약을 맺었으며, 550만원을 넣은 그날 확정일자를 받은 것이다. 이들은 1억 1000만원으로 전세 계약서를 새로 만들며 대담하게도 A씨 도장까지 파서 찍어놓았다. A씨 이름과 주민번호를 옆에는 B씨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이에 분노한 A씨는 곧 경찰서로 가서 사문서위조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는 글을 올렸던 커뮤니티에 후기를 올려 B씨가 아들 C씨와 함께 나라로부터 받는 청년 전세자금을 유용하기 위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보고 법정 공방에 나선다고 밝혔다.

후기에서 A씨는 “노인 세대였다면 (달라는 대로) 뒤로 돈을 주셨겠지요. 완전 소름입니다. 잘 싸워보겠습니다”라며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한편 충북 청주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돈이 필요한 청년을 모집,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맺어 청년 전세 대출 자금을 받아낸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서류를 제출하면 거부 여부 확인 없이 대출해주는 청년 전세 대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