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외면받는 홍콩 영화, 변화가 필요하다

정한별 2023. 4. 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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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와 아가씨' 이세희·'엉클' 오정세도 따라한 이소룡 패션
견자단 출연 '천룡팔부: 교봉전'의 아쉬운 성적
견자단은 올해 '천룡팔부: 교봉전'을 통해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제작, 출연, 감독, 무술 감독까지 1인 4역을 소화했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홍콩 영화를 향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더 이상 뜨겁지 않다. 영화 속 무술을 따라 하며 노는 어린이도, 쌍절곤을 갖고 싶어 하는 영화 마니아도 거의 없다. 무술이 등장하지 않는 홍콩 작품 또한 외면받아왔다. 이유가 뭘까.

이소룡 견자단 양조위 등은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우들이다. 이들의 이름 자체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다. 이소룡의 경우 인지도가 특히 높다. 1973년 세상을 떠났지만 안방극장에서 여전히 그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신사와 아가씨' 이세희, '엉클' 오정세 등 많은 드라마 주인공이 이소룡의 상징 중 하나인 노란색 운동복을 입었다. 작품 속 이세희는 "아뵤"를 외치며 싸움을 했고 오정세는 쌍절곤을 휘둘렀다.

'화양연화'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양조위는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양조위의 화양연화' 오픈토크를 통해 한국 팬들을 만났다. 그는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고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던 왕가위 감독을 향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양조위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차지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배우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홍콩 영화의 인기는 많이 사그라든 상황이다. 지난 1월에는 견자단이 제작, 출연, 감독, 무술 감독까지 1인 4역을 소화한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이 개봉했다. 그는 SBS '런닝맨'과 KBS '아침마당'을 찾으며 열혈 홍보에 나섰으나 견자단의 새 작품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이들은 많지 않았다. '천룡팔부: 교봉전'의 관객 수는 2만 명대에 머물렀다.


한국 관객, 홍콩 영화 사랑 식은 이유

'신사와 아가씨' 이세희가 이소룡의 상징 중 하나인 노란색 운동복을 입었다. 작품 속 이세희는 "아뵤"라고 말하며 싸움을 했다. KBS2 캡처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홍콩 영화가 한국에서 이전의 영광을 잃은 이유는 무엇일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콘텐츠들이 서구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했던 과거에는 관객들에게 홍콩 영화가 뛰어난 것처럼 느껴졌을 거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표현, 캐릭터들이 있었고 총싸움, 액션까지 등장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는 화려한 홍콩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콘텐츠가 빠르게 발전했고 세계 시장을 선두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관객 입장에서 굳이 홍콩 영화를 볼 필요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많은 K-콘텐츠들이 세계를 무대로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품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통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차지했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등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드라마들 또한 세계인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유난히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과 출연자 이정재에게 각각 에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물론 K-콘텐츠가 발달했다고 한국 관객들이 외화 관람 자체를 피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미국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은 천만 영화가 됐고 일본 애니에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봉 31일째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에 맞서 문을 닫는 젊은 남녀에 대한 이야기로, '아바타: 물의 길'은 판도라 행성의 신비로운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모두 독특한 소재로 입소문을 탔다. 홍콩 영화 앞에 놓인 장애물은 '진부한 액션물'이라는 편견이다.

홍콩 작품 또한 영화 마니아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편견에 맞서 충분한 홍보를 진행해야 한다. 지난해 러브스토리를 담은 홍콩 영화 '너와 사랑한 시간'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 홍콩 애니메이션 '극장판 천재 추리 탐정 셜록홈즈' 등이 개봉했고 작품을 관람한 한국 관객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냈지만 높은 스코어를 기록하진 못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홍콩 영화의 무기가 화려한 무술뿐이라고 믿는다.


한국 관객 만나는 홍콩 영화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거장 감독 7명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된 프로젝트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다음 달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다. 성룡과 홍콩 무술 영화의 부흥기를 홍금보는 '수련'이라는 작품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 콘텐츠판다 제공

물론 마니아층은 꾸준히 홍콩 영화를 향한 관심을 내비쳐왔다. 견자단이 아쉬운 성적을 얻고 떠난 가운데 양조위가 중국 영화 '무명'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무명'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 후 각자의 목표를 위해 목숨을 걸고 조직에 들어간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무명' 측은 외신으로부터 "홍콩 액션 누아르 미학의 정점"이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밝혀 마니아층의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거장 감독 7명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된 프로젝트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다음 달 국내 관객들을 찾아온다. 성룡과 홍콩 무술 영화의 부흥기를 홍금보는 '수련'이라는 작품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 허안화의 '교장 선생님', 담가명의 '밤은 부드러워라', 원화평의 '귀향, 두기봉의 '노다지', 임영동의 '길을 잃다', 서극 '심오한 대화' 또한 홍콩 영화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전성기는 지나간 듯하지만 홍콩 영화는 나름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힌극 관객들에게는 이름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올해 개봉한 '독설변호사'는 홍콩 영화 최초로 수익 1억 홍콩 달러를 넘어서는데 성공했다. 홍콩 작품의 인기가 언젠가 한국에서도 다시 불타오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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