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 '거미집'·비밀병기 '화란' 韓대표 칸영화제 진출(종합)

조연경 기자 2023. 4. 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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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거장 김지운 감독 '거미집' 비경쟁부문 초청
송강호 필두로 임수정·오정세·전여빈·정수정 협업
장편 데뷔 김창훈 감독 '화란'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
신예 홍사빈과 함께 송중기·비비 등 신선한 조합
김지운 감독·송강호 外 전원 첫 칸 입성
거장의 묵직함과 신예의 패기 칸 무대에서 확인
올해 韓영화 단 두 편…경쟁부문 진출 실패 아쉬움은 숙제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충무로를 대표해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칸국제영화제를 찾는다. 지난해에는 무려 두 편의 한국 작품이 경쟁 부문에 나란히 진출해 수상까지 성공 시킨 쾌거를 이룩했던 바, 올해는 경쟁 부문 진출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충무로에서도 다소 새롭게 느껴질 법한 작품들이 초청 받아 진정한 '시네마의 힘'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내달 16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하는 제76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3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부문별 올해의 초청작을 발표했다. 그 결과 '거미집(김지운 감독)'이 비경쟁 부문에, '화란(김창훈 감독)'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으로 부름을 받았다. 앞서 많은 국내 영화들이 출품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칸의 선택은 대표주자와 비밀병기 딱 두 편이었다.

특히 국내 대표 영화 투자 배급사로 알려진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은 공교롭게도 올해 한 편의 초청작을 배출해내지 못했다. '거미집'은 앤솔로지 스튜디오(최재원 대표) 제작·바른손이앤에이 배급, '화란'은 사나이 픽처스(한재덕 대표) 제작·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급 작품이다. 오랜 시간 어려움에 빠져 있는 영화 산업과 콘텐트에 대한 투자, 변화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70년대 영화판 배경…영화에 의한, 영화를 위한 '거미집'

'거미집'은 올해 칸에 도전장을 내민 다양한 한국 영화 중 현실적으로 경쟁 부문 진출을 노려볼 만한 유일무이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경쟁 부문에 간다면 '거미집', 아니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어느 부문인지 관심을 모았던 것이지 초청 자체는 확실시 되고 있던 상황.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다섯 번째 협업작으로 이변 없이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함께 칸행 비행기를 타는 건 15년 만이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따로 또 같이 오랜 시간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어 왔다.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 이어 비경쟁 부문 초청만 세 번째다. 지난해 한국 영화계 최초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2년 연속 칸 나들이를 하게 된 것은 물론, 감독주간 '괴물'(2006), 경쟁 '밀양'(2007), 비경쟁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경쟁 '박쥐'(2009), 경쟁 '기생충'(2019), 비경쟁 '비상선언'(2021) 경쟁 '브로커'(2022)에 이어 여덟 번째로 칸의 부름을 받았다.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에 함께 참여했던 모든 스태프와, 빛나는 연기와 놀라운 에너지를 보여준 배우들에게 기쁜 소식이다. 팬데믹 이후 '영화의 시간'이 다시 살아나야 할 때에, 전 세계 영화인과 관객이 함께 모이는 축제에 초대되어 더욱 각별한 느낌이다. 또한 든든한 영화 동지인 송강호 배우와 다시 함께 한 작품으로 초대돼 기쁘다. 무엇보다 '거미집'의 다이내믹한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준 배우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님과 다섯 번째 영화 여행을, 이렇게 매력적인 작품으로 좋은 배우들과 같이 초청되어서 너무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는 인사를 남겼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김감독(송강호)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리는 영화다. 송강호를 필두로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이 함께 했으며, 해당 배우들은 생애 첫 칸 입성을 앞두고 있다.

공식 비경쟁부문(Out of Competition)은 세계 영화계의 화제작들이 초청되는 섹션으로 지난해에는 '탑건: 매버릭', 올해는 '거미집'과 함께 15년 만 리부트작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등이 이름을 올렸다.

◇스타의 도전·신예의 파란…저예산 느와르 '화란'의 패기

기획 단계부터 염두 했던 칸 진출 프로젝트가 현실화 됐다. 영화제가 좋아하는 분위기라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전 세계 영화가 사실상 총 집결하는 무대인 만큼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심지어 감독부터 배우 전원 칸영화제 방문이 처음이다. 칸도 낯설고 심지어 국내에서조차 아직은 낯선 이름과 얼굴. 작품의 힘을 믿을 수 밖에 없다.

'화란'이 초청 받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은 다양한 지역과 문화의 독창적이고 색다른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으로, 최근에는 젊은 감독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간 한국 영화는 윤종빈 감독·하정우 '용서받지 못한 자'(2006) 봉준호 감독·김혜자 '마더'(2009) 나홍진 감독·김윤석 '황해'(2011) 정주리 감독·배두나 '도희야'(2014) 오승욱 감독·전도연 '무뢰한'(2015) 등이 초청 받았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다. 메가폰을 잡은 김창훈 감독은 '화란'을 통해 장편 데뷔 신고식을 치른다. 18세 소년 연규는 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초청작 '휴가', 10회 충무로단편영화제 청년·대학생 부문 대상을 수상한 '폭염' 등으로 눈도장을 찍은 홍사빈이 낙점 됐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에 큰 힘이 되어준 건 다름 아닌 톱스타 송중기다. 송중기가 선택한 저예산 영화, 느와르 도전작 등으로 화제를 모았고, 노개런티 출연으로 단순 이름값이 아닌, 실질적인 힘까지 보탰다. 그 진심이 영화인들에게는 꿈의 무대라 지칭되는 칸영화제 초청으로 돌아오게 된 셈.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 존재감을 더욱 높일 송중기의 영역 확장과 도전이 어느 때보다 신뢰를 더한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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