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의 불편한 유혹…신간 '일인분의 안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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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매는 프레온 가스로 더 잘 알려진 염화불화탄소(CFC)가 개발되면서 1930년대 처음 등장했다.
"새로운 화학물질의 파도가 칠 때면 우리는 사회기반시설이나 습관, 생각의 변화 없이 냉매를 바꿔왔다. 나를 동요시킨 것은 냉매 자체가 아니라 냉매가 조장한 것이다. 무모하게 편안함을 수용한 결과 세상은 더욱 불안해졌다. 부유한 미국인들은 나머지 다른 나라들의 장기적 안락과 인류, 그리고 인류 외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키며 단기적 편안함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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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냉매는 프레온 가스로 더 잘 알려진 염화불화탄소(CFC)가 개발되면서 1930년대 처음 등장했다. 냉매를 토대로 한 에어컨은 최상의 개발품이었다. 그 덕택에 사람들은 더운 여름에도 실내에서 안락하게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실내 온도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고 인간의 행복지수가 마냥 올라간 건 아니었다. 더운 여름에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자들은 쉼 없이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작가 에릭 딘 윌슨이 쓴 '일인분의 안락함'(서사원)은 현대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냉매를 소재로 한 책이다. 저자는 환경 문제를 포함해 노동, 인종, 계급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주는 에어컨 문제를 정조준한다.
책에 따르면 냉매는 등장 이후 과학적 진보의 쾌거로 인정받았다. 땀과 습기를 날려버릴 수 있는 냉매는 '기적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41년 진주만이 습격당하자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미국인들은 군에 무기를 제공하기 위해 공장을 쉼 없이 돌려야 했다. 이는 더운 여름에도 마찬가지였다. 공업용 에어컨 덕택에 "24시간 내내 총알과 폭탄, 기타 탄도의 통제된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런 전시 체제 속에 노동자들의 삶은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
정작 상당수 노동자는 쉴 때 집에서 에어컨을 쓸 수 없었다. 에어컨이 설치된 '중앙식 냉방 시스템' 주거지는 주택담보대출이 나오지 않는 유색인종이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어컨 구매비용도 비쌌다. 한동안 에어컨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계층은 중산층 이상의 백인 계층에 한정됐다.
냉매는 또한 환경오염을 촉진했다. 특히 대기로 날아간 냉매는 수십년간 대기권에 머물며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오존의 파괴는 생태계를 붕괴시킬 뿐 아니라 피부암의 급속한 확산을 가져올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어컨 혜택을 보지 못한 저개발 국가 사람들은 냉매가 촉발한 생태 변화의 피해만 보게 됐다. 결국 1980년대 냉매제 프레온 가스는 생산이 중지됐다.
저자는 책에서 에어컨이 어떻게 인종적, 계급적 기득권의 "조용한 도구"가 되었는지를 다양한 예를 들어 보여준다. 에어컨은 한때 쾌적함의 상징이었지만, 그 쾌적함의 혜택은 한정된 계층, 한정된 나라에 돌아갔다고 저자는 말한다.
"새로운 화학물질의 파도가 칠 때면 우리는 사회기반시설이나 습관, 생각의 변화 없이 냉매를 바꿔왔다. 나를 동요시킨 것은 냉매 자체가 아니라 냉매가 조장한 것이다. 무모하게 편안함을 수용한 결과 세상은 더욱 불안해졌다. 부유한 미국인들은 나머지 다른 나라들의 장기적 안락과 인류, 그리고 인류 외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키며 단기적 편안함을 샀다."
정미진 옮김. 62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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