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美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 4대 독소조항 존재"

정용철 2023. 4. 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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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 과학법(반도체법)'의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게 핵심 정보유출, 이윤 추구 제한 등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 요건 완화를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 문제점 및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보조금 신청요건 중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 4대 독소조항이 존재한다고 14일 밝혔다.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 및 문제점(자료: 한경연)

최근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을 공개했다. 경제·국가안보 기여도, 사업 상업성, 재무 건전성, 기술 타당성, 인력 개발, 기타 파급효과 등이 기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보조금을 신청한 미국 투자 반도체 기업에 390억달러(약 50조원), 연구개발(R&D) 분야에 132억달러(약 17조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경연은 보조금 신청요건 중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요건은 반도체 생산시설에 국방부 등 국가안보기관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다. 첨단시설인 반도체 공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기술 및 영업 비밀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초과이익 공유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미국은 1억5000만달러 이상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뒀다. 이는 기업 본연의 목표인 이윤 추구를 제한하는 것이다. 사업 예상 현금흐름과 수익률 등 자료 제공시 기술이나 영업 비밀 유출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요건은 재무자료뿐 아니라 주요 생산 제품, 생산량, 상위 10대 고객, 생산 장비, 원료 등 자료까지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반도체 보조금 혜택을 위해 반도체 생산 관련 자료, 원료명, 고객정보 등의 영업 비밀까지 공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중국 공장 증설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은 10년간 우려 대상국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대하지 못하는 규정이다. 중국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증설 제한으로 인해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존 중국 공장의 생산성,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법인세, 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국제 비교(자료: 한경연)

한경연은 국내 반도체 기업이 미국 생산시설 투자 시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으로 세액공제 등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동맹국인 한국에 불합리한 요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은 자국 내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건이므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반도체법 보조금 요건을 마련해 양국 상호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현안으로 미국 반도체법에 대한 요건 완화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초과이익 환수, 가드레일 조항 등 관련 세부규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실무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하부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한경연은 국내 생산시설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세제혜택 제공 등 국내 투자환경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세계 주요국은 법인세, R&D·시설투자 조세감면, 보조금 지급 등을 확대해 자국에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투자가 해외로 쏠리면 국내 투자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도 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인상하는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경연은 법인세는 1% 인하에 그쳐 OECD 평균인 2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올해만 한시적으로 초과 투자액에 대해 10%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해 적용기간 연장으로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 지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법'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칩4 동맹' 등에 따른 한미 협력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반도체 투자로 이어져 양국 상호이익이 될 수 있도록 협력 확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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